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되풀이되는 해외투자 악몽] 추천 리스트엔 온통 중국… 펀드매니저 한명이 상품 200개 취급도

몰빵투자로 글로벌 변동성 심화때마다 대란 반복

대형사 빼면 해외리서치 인력 둔 곳도 거의 없어

"전문인력 보강 등 체질개선 못하면 투자자 외면"



글로벌 시장에서 변동성이 나타나면 해외투자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시장이 예상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상황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전문성과 정보력 부족, 그리고 이에 따른 일부 투자상품에 편중된 현실 등이 손실을 더 키운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부터 정부가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 적용 등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환경과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해외투자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해외주식형 펀드 2,704개의 올해 수익률(23일 기준)은 -3.58%로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3.44%)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심화된 지난 6월 이후 3개월간 수익률은 -15.53%에 불과했다. 3개월 전 1,000만원을 해외투자펀드에 나눠 담았다고 하더라도 현재 건질 수 있는 돈은 8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국내 해외투자상품은 글로벌 변동성이 심화할 때마다 '대란'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 최근 20년 동안에도 7~8차례의 '손실 대란'이 있었다. 1994년 멕시코 등 중남미 외환위기 당시 걸음마 수준이던 국내 해외투자펀드는 연간 기준 1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초에는 중국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2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으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미차솔)' '신한봉주르차이나펀드(봉차)' 등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러시아 펀드 등에서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를 겪기도 했고 그 이후에는 브라질 등 중남미 채권 투자에서 환율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그리고 이들 상품의 손실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해외투자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투자 대상 국가와 지역의 증시가 급락한 데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험을 관리하고 변동성을 예측하는 등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실력이 손실 확대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국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해외투자와 관련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자신이 책임운용이나 부운용역으로 투자설명서에 이름을 올려놓은 펀드만도 200개가 넘는다. 심지어 서로 성격이 다른 인도 펀드와 중국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전문적인 운용을 보장할 수 없다. 실제로 2009년 이후 감소 추세였던 매니저 1인당 운용 공모 펀드 수는 올해 초 5.9개에서 최근 6.6개로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헤지 손실 원인이 외국계 투자은행에 위탁하는 '백투백(back to back)' 헤지가 아닌 자체 운용의 증가에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국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전문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력도 떨어진다.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아니면 현지 법인을 설치하기도 힘든데다 국내에 해외 전문 리서치 인력을 둔 곳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규모가 큰 증권사는 사정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일본이나 미국·유럽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보고서를 낼 수 있는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나 투자자 모두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올해 신규 설정된 311개 펀드(ELF 제외) 가운데 중국 관련 펀드가 74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1월 후강퉁 실시 이후 각 증권사들은 중국 투자 관련 보고서를 쏟아냈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투자상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박영규 성균관대 교수는 "지역 안배 없이 단기적으로 유망한 시장에 쏠리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계의 실력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손실 대란'이 발생했을 때 금융투자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더는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은 쏠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시에 제시하고 증권사 등은 해외 인력 스카우트나 인수합병 등으로 리서치와 리스크 관리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