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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도레, 부산 청사포항에 분점… 듀크렘, 경성대 뒷골목에 자리
서울 최고상권 키워낸 업체들 중심가 대신 비주류 상권 입점
운영비 줄이고 입소문으로 승부… 도시재생·침체 지역상권에 활력
지난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항. 시내와 다소 떨어진 탓에 평소 해녀와 작은 고깃배만 간간이 눈에 띄던 바닷가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유명한 디저트카페 '도레도레'가 부산 1호점을 이곳에 열었다는 소식에 인근 달맞이고개를 주로 찾던 젊은 고객들이 찾아온 것. 고객들은 하나같이 외진 곳에 유명 디저트카페가 들어섰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는 "해녀들이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로 외식 메뉴를 선보이는 등 지역 주민과 밀착하는 가게로 꾸려나갈 계획"이라며 "3년 내 청사포항 주변에만 매장을 5개까지 확대해 서울의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이곳을 부산 지역 명소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가로수길의 인기 맛집들이 부산, 울산, 광주 등 지방 대도시를 향해 소위 '남진'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이들은 지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외식 명소로 주목받는 동시에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방 진출 과정에서 핵심 상권보다는 2선, 3선 상권에 매장을 내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레도레의 경우 본점은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있지만 하남 미사리카페촌과 강화도 산골짜기에 매장을 열었고 이번에는 한적한 부산 어촌에 진출했다. 이미 입소문 난 브랜드이기 때문에 비주류 상권에 진입해도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매장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색다른 지역에 문을 열어 소비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당근케이크로 유명한 신사동 터줏대감 카페 '머그포래빗'도 지난 해 부산 광안리와 남포동에 매장 2개를 열면서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을 택했다. 유동인구가 적고 오래된 점포에 유명 맛집이 들어서자 고객들이 골목까지 모여들었고 전체 상권도 덩달아 커졌다.
디저트카페 '듀크렘'은 지난해 부산 경성대 뒷골목에 둥지를 틀었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카페베네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한 경성대역 번화가 대신 주택가에 매장을 내고 손님들의 발걸음을 골목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경성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유명 가게들이 입점한 후 인근 상가를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새로움의 발견을 추구하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서울의 '핫한' 브랜드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고 신선하다고 느낀다"며 "도시를 재생하고 상권 활성화를 고려해 지방행을 계획 중인 가로수길 초기 멤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강수 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도시계획 하에 단기간에 조성된 상업거리가 아닌 고객들의 필요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며 발달해온 신사동 가로수길은 다른 지역에서도 'ㅇㅇ가로수길'을 만들어낼 만큼 하나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지방에 앞서 진출해 성공한 업체들의 선례를 보고 뒤따라서 지방 공략에 나서는 가로수길 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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