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강세장에 진입하려면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은 수년째 박스권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는 해외시장의 상승 배경을 살펴보면 경기와 기업이익이라는 '펀더멘털'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급', 그리고 각국의 '금융정책과 재정정책' 등의 삼박자가 상호 공조하며 리듬을 잘 탔기 때문이다. 거꾸로 국내 증시가 지난 2011년 이후 4년째 박스권의 흐름을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이 서로 엇박자를 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의 매력이 반감됐던 것은 2011년을 정점으로 기업실적이 감소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미국·유럽·일본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비교되는 정책당국의 미온적 대응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각국 경제가 안정과 회복을 목표로 성장을 준비하는 사이 한국은 오히려 수출의존도가 확대되며 내수둔화 등 환경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도 한국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기업 역시 내수둔화와 성장률 저하로 설비투자에 인색한 전략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 들어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자 향후 발생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흥국을 배제한 선진국 경제의 일방적인 독주로 신흥국들의 경기 하방 압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평균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최근 국고채 3년 기준 한국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1.75%를 하회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분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과거 10년 전 박스권 돌파의 신호도 시장금리 역전현상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신호는 금융 장세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 금리하락은 수년째 박스권 장세인 한국 증시의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의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가졌음에도 투자매력을 갖지 못한 것은 기업이익이 정체되며 올해 초까지 순자산가치의 변화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금리인하를 고비로 변화 조짐이 보인다. 이는 기업들의 이익이 지난해와 같다는 가정을 해도 자본비용 하락으로 4월부터는 순자산가치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년 만에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다시 돋보이게 되는 셈이다.
2011년 이후 정체된 기업이익도 올해 증가가 유력하다. 아직 시장 전망치가 높지만 그동안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과 생산성 개선, 그리고 유가하락에 의한 재료비 절감과 금융비용 감소를 감안하면 올해 매출증가가 제한적이더라도 기업이익의 증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10년 만에 찾아온 시장금리 역전현상이라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지금까지의 비관적인 전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 금리가 역전됐던 2004년과 2005년에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사례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저금리 환경과 더불어 경기부양이라는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를 감안하면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시장의 신뢰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한국 증시도 저평가 시대를 벗어날 때가 됐다. 10년 만에 찾아온 금융 장세를 반갑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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