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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사업확장 실패 부른다”/조중훈 한진회장「나의 경영철학」

◎남의 떡 넘보기보다 기반부터 닦아야/비전 보이면 불경기때도 과감투자를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은 30일 경총이 주최한 「제20회 전국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조회장은 사업에만 전념, 강연을 하지 않는데 재계 원로로서 강연을 해달라는 경총의 요청을 받아들여 강연을 했다. 30일 상오 호텔신라에서 열린 강연에서 조회장은 「나의 경영철학」을 주제로 평생 수송사업에 매달려온 원로경영인의 경험담과 철학을 밝혔다. 주요내용을 간추려본다.<편집자주> 나는 지금까지 반백년 이상 세상에 길을 내는 「수송」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면서 살아 왔다.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문어발처럼 확장하지 않고 「수송외길」에만 종사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수없이 많겠지만 정확한 판단능력과 함께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기회주의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빈틈없는 판단을 바탕으로한 결단을 뜻한다. 경영자가 대세를 읽고 정확히 판단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타이밍을 포착하는 과정은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이번 주말에는 누구하고 골프를 칠까」하고 궁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뇌의 연속이다. 남이 터를 닦아 놓은 곳에 뛰어들어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내가 먼저 생각한 일에 남보다 앞서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잘 알지 못하면서 남이 개척해 기반을 닦아 놓은 사업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은 불필요한 경쟁만 유발하고 결국에는 실패하게 된다. 한진은 10대재벌이지만 종합상사에는 손을 안대고 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송사업 외길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도 예술이다.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은 수천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것이듯 경영자의 독창적인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거래선이나 고객에 대한 신용은 사업의 기초자산이며, 내부적으로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기용하고 저마다 다른 각자의 능력을 인정해줘 활력과 인간미 넘치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남다른 신념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가치있는 일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경기때 투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여러번 생각을 거듭해도 정말 비전이 있는 경우에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경우도 많다. 처음에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투자도 없이 이익만 바란다는 것은 도박이나 투기다.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은 오만과 같다. 지면서도 이기는 것, 즉 「되로주고 말로 받는 것」이 사업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왔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운이 노력도 하지 않고 저절로 얻게 된다는 의미라면 이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떤 기회나 사업에서의 찬스라는 것은 가만히 있는데 남들이 거저 가져다 주거나 우연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국내에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힘으로 해외에 진출해 외화를 획득하고 사업규모를 키워왔음을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있다. 항공사업이란 일반인들의 눈에 비치지 않는 곳에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또 투자에 비해 이윤이 보잘 것 없는 「외줄타기 사업」이다. 신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예술작품처럼 독창성이 있으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이뤄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도움을 받기보다 남을 돕는 편이 더 즐겁고 아름다운 법이다. 부실기업으로 구제금융에 기웃대기 보다 착실한 성장으로 많은 세금을 국가에 받치고 사회복지 증진에도 기여하는 사업체여야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평생을 사업에 전념해온 이유는 결국 일에 대한 집념과 성취감 때문이다. 오직 돈벌어 즐기겠다는 것이 목표였다면 굳이 모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사업을 계속해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수입이나 훈장보다 값진 것은 어려운 일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데 따르는 자신감과 성취감이다. 이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인생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이익말고도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민간외교관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일간 경제교섭이나 한불민간외교, 서울올림픽 유치 등 많은 일에 민간외교관으로서 나름대로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 나는 빈손으로 시작했기에 남보다 더 많이 뛰어야 했고 남이 두세시간 생각할 때 다섯시간 이상을 생각했다. 그림을 그릴 때 붓과 물감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체험과 정신이 깃들어야만 하듯이 사업의 성공이든 개인의 행복이든 세상만사는 결국 사람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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