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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가벼움’
입력2003-09-24 00:00:00
수정
2003.09.24 00:00:00
“경청한 다음에 이해 시켜라” 저명한 학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중요한 습관 중 하나로 이 같은 말을 소개하고 있다.
요즈음 방송매체를 통하여 토론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토론은 사안에 대한 대화라기 보다는 견해에 대한 웅변으로 보인다. 토론 참석자들 역시 작심하고 나온 웅변가들 같은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한다. 토론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당초부터 없고 자신의 견해를 상대방에게 강권하거나 상대방의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에 대한 원인은 우리 사회가 아직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편가르기에 집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 중에 하나는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기에 앞서 듣는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특별히 상대방에 대하여 배려를 하여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듣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에 속한다. 경청하는 것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토론이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좁혀야 하는 협상과정에서 더욱 절실하다. 토론이나 협상에서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지 않아도 상대방이 말하려는 바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 섣부른 자신감과 상대방의 견해가 틀렸다는 선입견에 기인한다. 이미 내심으로 상대방과 다른 결론을 내린 상태여서 상대방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의도로 듣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반박하려는 자세로 듣게 된다. 결국 그 토론이나 협상은 주장을 위한 주장만 난무할 뿐 토론의 근본 목적인 해결이나 공생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유능한 리더가 되는 필요 덕목에 해당하고 또 토론이나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위로해 주는 묘약이 되기도 한다.
유능한 카운셀러는 말하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속 시원히 털어놓게 되면 특별한 해결책의 제시가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가을 무엇인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주장을 한번 더 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듣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말이 끝날 때까지 진지하게 듣는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김세호(철도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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