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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새주소 누가 흔드나


새주소(도로명 주소)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며 새주소에 아파트 이름을 함께 넣어야 한다는 민원이 쏟아지는가 하면 친일인사 호를 본뜬 도로명 추진 논란이 불거져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찰명을 빼고 일반 도로명으로 바꿔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 주장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아파트 이름을 넣자는 사람들은 어떻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는 주소를 쓸 수 있느냐고 주장하고 불교계는 200여개의 도로명에서 사찰명이 빠진 것은 전통과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특정 종교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소 무리한 부분도 있다. 특정 아파트 이름, 인지도가 높은 도로명을 고집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뒤 나타날 더 큰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찰명 없애기가 '창씨 개명'이라며 반발하는 불교계는 일반 도로명에서 사찰명을 본뜬 이름으로 바뀐 '전등사로' '법화로' '미륵길' 등의 사례는 애써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지번 주소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수십년 동안 사용하다 보니 익숙하게 쓰고 있는 것일 뿐이지 체계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앞뒷집 지번이 뒤바뀌어 있어 처음 가는 동네는 집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도로명 주소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96년부터 새주소 체계로의 변경을 추진했고 2007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오는 29일 새주소가 고시되면 법정주소가 되고 종전의 지번 주소와 병행 사용하다가 2014년부터는 도로명 주소만 쓰이게 된다. 주소명을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작은 습관조차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수십년 써온 주소를, 더구나 재산권이나 이권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포기하기 싫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주소에 재산권 다툼, 종교 편향, 이념 갈등 등 온갖 사회갈등이 고스란히 묻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새주소는 그냥 새주소일 뿐이다. 몇 년 전 버스체계 개편, 버스전용차로 도입 확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모두들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새주소도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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