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OTRA 직원들 사이에서는 해외 청년취업과 관련해 KOTRA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해외 사정에 밝은 기관인 만큼 해외인력전문센터 등을 신설해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재홍(사진) KOTRA 사장은 선을 그었다. "청년취업 관련 사업은 고용노동부나 산업인력관리공단이 중심이 돼야 하고 KOTRA는 KOTRA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사장은 7일 서울 양재동 KOTRA 사옥에서 취임 100일(10일)을 앞두고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각 정부 부처·기관이 관습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성과를 부풀리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핫이슈'와 관련된 역할을 마다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이는 김 사장이 그동안 KOTRA의 역할과 본질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글로벌전략지원단을 신설하고 KOTRA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전략지원단은 미국·일본·인도·러시아·북한 등 시장을 전문으로 다루는 연구위원과 통상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해당 시장을 심층 분석해 국내 기업과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대신 83개국 123개 무역관이라는 넓은 해외조직망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포부다. 그는 "설립 50주년도 넘긴 KOTRA가 이제는 본연의 목적을 되새겨봐야 할 때"라며 "KOTRA가 다른 부처·기관을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영역을 자꾸 키워 생색을 낸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면 되는데 그 이상을 하려다 보니 국가 전체적으로도 재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기관 간 갈등도 생겨난다"며 "각자 자신의 영역을 한정하되 필요할 때 협업하는 식으로 움직여야 진정한 개방형 협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지난달 중동 경제사절단의 성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중소기업인들은 현지 사정을 익히거나 기껏해야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 데 의의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중동 방문은 새로웠다. KOTRA가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와 손잡고 미리 우리 기업과 현지 기업을 매칭,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를 열어 한 기업당 하루 5~6차례의 사업상담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당장 5,56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박근혜 대통령마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이번처럼 성과가 많은 순방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김 사장은 "'대통령이 보증하는 업체'라는 신뢰감에 실질적인 상담기회가 더해지면서 큰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대1 비즈니스 상담을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중동뿐 아니라 중국·중남미를 포함한 '3중(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지원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며 앞으로 중서부 내륙의 내수시장과 온라인 시장, 농식품·서비스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중동에서도 기존의 에너지·자원뿐 아니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사회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내세워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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