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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탐꾼이 본 조선시대 풍습·민중의 삶

■일본인의 조선정탐록 조선잡기 혼마 규스케 지음, 김영사 펴냄


“조선의 풍운이 심상치 않아 나라(일본)의 이목이 여기에 모여있다. 하지만 조선 사회의 진상을 잘 아는 사람이 10명 중 2,3명도 안되니….” 1894년 6월에 쓰여진 ‘조선잡기’ 원서의 서문 일부다. 그리하여 ‘여수거사’라는 필명을 사용하던 저자 혼마 규스케(1869~1919)는, 지금으로 치면 첩보원이나 정보원 신분인 ‘지사’를 자처하며 현해탄을 건너 조선을 견문하고 정탐한다. 그는 우익단체 회원이자 니로쿠신보(二六新報) 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통감부와 총독부가 설치된 뒤에는 관리에도 올랐다. 1893년 처음으로 조선을 방문한 그가 약장사를 가장해 정탐한 여행담은 1894년 4~6월 니오쿠신보에 연재됐고, 이 책은 그 기록을 묶은 것. 민중 생활의 구석구석을 엿본 저자는 “조선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어린 아이는 마치 사탕을 먹듯 생강과 무를 먹는다”며 식생활을 관찰했고 “일본의 결혼 풍속은 호랑이날을 피하는 데 반해 조선은 신부의 가마를 호피로 감싼다”며 자국의 문화와도 비교했다. 또 창기와 창기집, 손님에게 아내를 내놓는 ‘기이한 풍습’과 남창과 남자 무당에 대해서도 은밀하게 관찰했다. 그는 조선의 심각하게 기이한 풍습으로 조혼을 꼽았는데 “남자는 열 두세 살의 어린 나이에 스무 살 안팎의 여자에게 장가를 드는데 어린 남녀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라며 조선의 인구 감소의 원인을 조혼에서 찾기도 했다. 또 “일본 목수는 반나절에 할 수 있는 일을 3~4일 걸리는 게 보통이라 그 작업의 태평함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조선말 해이해진 민심을 꿰뚫는 동시에 정치ㆍ경제와 사회상을 뒤쫓았다. 책은 외국인의 눈으로 조선의 풍습과 민중의 삶을 세밀하게 다룬 동시에 청일전쟁의 발발시점에 간행돼 일본인의 조선 이미지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사료적인 가치도 겸비했다. 최혜주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교수가 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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