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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덜 내야" 너도나도 떼쓰기…세법 자칫 누더기될 판

선거·경기침체 빌미로 각계각층서 백가쟁명<br>재벌·고소득자 과세 놓고 "늘려야" "신중" 팽팽<br>샌드위치 기재부 "훈수두는 분 너무 많다" 고충도


'결국 목소리 큰 사람만 이득을 보게 될까.'

공식 발표가 임박한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을 놓고 가장 먼저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다. 정부가 세제감면 혜택을 줄여 복지비용 등으로 충당하려 하자 각계각층에서 조직적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는 탓이다. 이해관계나 정치적 입장에 따른 반발의 목소리가 워낙 제각각이라 가히 백가쟁명이라고 할 상황이다. 세제개편안이 나오기도 전에 '떼쓰기'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가는 조용히 정부 정책에 고분고분한 계층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피해심리를 사회로 확산시켜 세금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세제 백가쟁명의 핵심은 결국 '누가 세금부담을 더 짊어질 것이냐'로 귀결된다. 여권 내 소장파와 야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대기업ㆍ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이룬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와 여권 지도부는 과도한 경제민주화론이 자칫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세제를 어떻게 바꿀지 아직 발표도 안 했는데 훈수 두시려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정부의 입법방향이 잘못 알려져 국민들이 혼선을 겪을까 걱정된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당장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부담 문제는 정국을 뒤흔들 시한폭탄이 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소득세 공제제도가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소득공제 방식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이를 납세자의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감면해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점차 개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울러 부가세에 대해서는 금융용역ㆍ학원비ㆍ의료비 등을 중심으로 면세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으로부터 권고 받아 반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침 대기업 등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와 같은 정책방향과 겹쳐지면서 배 밭에서 갓끈 매는 모양새가 됐다. 시민단체나 야권 등으로부터 '재벌ㆍ대기업은 봐주고, 결국 월급쟁이ㆍ서민 주머니 터느냐'는 식의 정치적 공세를 당하게 된 것이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확대하면서 서민 부담은 늘어나게 하는 세법 개정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대해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는 고소득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되겠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공제 적용 과세표준(과세대상 소득에서 각종 공제 등을 뺀 금액) 기준을 낮춰 중산층 등에게도 세부담이 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곡해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재부는 소득공제 개편이 주로 고소득자에게 불리하고 서민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부가세 역시 서민물가에 민감한 품목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며 학원비ㆍ의료비 등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지출이 많은 분야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을 덜어주는 것 역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세제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기업의 지분 중 재벌 등 오너 일가의 비중은 작고 나머지는 대부분 기관투자가나 일반 주주들의 몫이므로 기업에 대한 감세는 특정 재벌ㆍ부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중립적인 세제행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나 재벌에 대한 과세는 대신 소득세 등의 기준을 손질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계와 재계ㆍ시민단체들의 정책 흔들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경우 오는 10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놓고 민심을 쥐락펴락하는 데 세금 문제만큼 파급력이 큰 소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도 당장 경기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세부담이라도 피해보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백가쟁명 속에서 세법이 자칫 누더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조세개편에 따른 세부담효과를 소득계층별ㆍ분야별 등으로 상세히 분석ㆍ공개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사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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