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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수치 없는 '라디오 청취율 1위'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 아닌 '선호도' 여론조사 형식<br>광고시장도 작고 변화 거의없어 '돈드는 조사' 안해

최근 SBS FM ‘두시탈출 컬투쇼’가 라디오 전체 청취율 1위를 기록했다며 자축연을 열었다. SBS는 “라디오 개국 10년만의 첫 경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KBS 2FM ‘볼륨을 높여요’는 최근 동시간대 청취율 1위에 올랐다며 자축 공개방송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라디오 청취율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청취율 1위에 올랐다’는 말만 있을 뿐 정확한 통계수치를 언급한 기사는 거의 없다. TV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TNS미디어코리아라는 시청률 조사 전문 회사가 최첨단 기계를 활용, 초 단위로 0.1% 차이까지 조사해 매일 발표한다. 하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듣느냐를 나타낸 숫자’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반대로 순위만 있을 뿐 숫자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청취자의 성향을 묻는 ‘선호도 조사’다. 현재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청취율 조사는 한국리서치의 미디어 관련 통계 ‘미디어인덱스’(연 3회 발표) 뿐이다. 비공식적으로는 방송사들이 각자 개편에 맞춰 통계회사에 맡겨 청취율을 조사한다. 방송사들이 ‘청취율 1위에 올랐다’고 자랑하는 건 바로 자신들이 직접 조사한 통계에 근거를 둔다. 청취율 조사는 대부분 일반 여론조사와 비슷하다. 일정 기준에 맞춰 모집단을 선정한 뒤 ‘어제 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무엇입니까?’ 식의 질문을 던져 응답자의 답변을 모으는 형식이다. 일기장 형태의 설문지를 주고 그 날 들은 프로그램을 기록하게 해 수거하는 방식도 있다. TV시청률 조사와 비교하면 정교함이 떨어지는 원시적 방법이다. 청취율 조사는 왜 원시적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라디오의 매체 특성에 있다. 매일 시시각각 초 단위로 시청률이 변하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일주일 내내 같은 시간대에 똑 같은 프로그램이 나가고 청취자도 고정돼 있어 변할 일이 거의 없다.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싱글벙글쇼’가 20년 가까이 청취율 수위 자리를 놓지 않는 게 대표적 예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밀하나 원시적이나 결과는 매한가지인데 굳이 큰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며 “방송사나 광고회사나 정밀한 통계에 대한 니즈가 없다 보니 단가가 낮은 조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TV시청률은 3조원 규모의 방송광고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잣대다. 방송사는 이 때문에 연 3억원 정도를 내고 시청률 자료를 산다. 그러나 라디오 광고시장 규모는 TV의 10%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광고요금도 96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을 정도로 시장에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관계자는 “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광고시장 자체가 작다 보니 청취율은 단순 참고자료로 쓰일 뿐 광고 집행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어떨까.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매출에 기여한다는 개념보다는 상대를 누른다는 상징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라디오 시장은 오랫동안 MBC가 절대 강자 자리를 굳게 지키는 가운데 KBS와 SBS가 꾸준히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 동 시간대에서라도 KBS나 SBS가 청취율 1위에 오르면 요란하게 자축을 하고 보도자료까지 내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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