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장애를 가진 정신질환자,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당신의 직장 상사라면?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인 두 저자는 임원 승진 대상자의 3.5%는 사이코패스라고 주장하며 독자의 삶과 직장이 안전한 지를 되묻는다. 정신병리학에서 다루는 사이코패스는 거짓말ㆍ속임수ㆍ자기중심주의ㆍ냉정함 등의 특징을 갖는 인격장애를 말한다. 저자는 만약 이들 사이코패스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지 질문한다. 언뜻 보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사이코패스는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해 겉이 화려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잘 조종할 줄 안다. 이런 모습을 본 보통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외모나 학력 그리고 말솜씨 등 포장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더더욱 검증 절차마저 허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본색이 드러나지 않는 한 유망한 인물로 주목 받는다. 학력 위조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책은 사이코패스가 동료나 선배를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사원이거나 촉망 받는 임원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준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허풍을 떤다고 말한다. 단물을 다 빨아먹어 이제 더는 상대방이 쓸모가 없어지면 그를 버리고 떠난다는 것. 최고 경영진들은 때로 사이코패스가 뜻대로 조직을 휘어잡는'깡패 행동'을 해도 강력한 관리 방식이라며 박수를 친다. 사이코패스의 정체를 알 길 없는 간부들은 그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가벼운 처벌을 내리고 만다. 저자들은 사이코패스는 양복 입은 독사이자 사회적 카멜레온이며, 먹이로 삼을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간 포식자'라고 비유했다. 기업 경영자, 인사담당자는 물론 위험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이 한번쯤 눈여겨볼 신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