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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탄생 100년] '자원전쟁 시대' 주목받는 아산의 선견지명

"우리가 먹을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현대重 연해주 농장 투자로 이어져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9년 확보한 러시아 연해주 농장.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농업은 세계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든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우리가 먹는 만큼은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산 어록에 남아 있는 말이다. 그의 당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은 러시아 연해주에 3,000만평의 농장을 확보해 '해외 농업경영'을 시작했다. 해외 식량생산 기지로서 가능성을 보이는 아그로현대의 기업정신에도 아산의 농업관과 미래관이 살아 숨쉰다.

한창 젊은 나이에 농사를 지었기 때문일까. 기회 있을 때마다 농업을 강조한 아산의 선견지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자원전쟁'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농업이 간과할 수 없는 전략적 자원개발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농업투자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 아산이 씨앗을 뿌린 대규모 농업투자는 식량생산 증산뿐 아니라 생각하지 못했던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연해주 농업투자는 식량확보를 넘어 다양한 공업용 제품의 원료를 대주는 공급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극해 항로를 통한 물류·운반 시장의 성장 잠재력까지 감안하면 연해주 투자의 결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연해주 농장이 성공을 거두면 1986년 서산농장을 개척했던 아산의 꿈이 바다를 건너 보다 더 확대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은 난제가 수두룩한 분야다. 무엇보다 경쟁우위를 확보한 세계적 곡물기업인 벙기·카길 같은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더욱이 물류·가공 등 연관된 사업을 묶은 다각화·대형화가 세계적인 추세다.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이 복잡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는 길은 단 하나 혁신에 달렸다. 미국 텍사스 A&M대 메이즈경영대의 벤카테시 샹카르 교수는 1998년 '후발주자의 이점(Late Mover Advantage,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이라는 논문에서 후발주자가 높은 혁신성을 보이면 선두주자가 공들여 쌓은 탑을 통째로 빼앗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욕구를 먼저 파악해 제시하는 혁신의 예로는 로컬푸드 운동이 손꼽힌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운동은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 욕구와 식량 자급률 제고,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정책적 필요가 더해져 미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자는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미국과 캐나다의 100마일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활협동조합, 농산물 직거래, 지역급식 운동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이 초래할 혁신은 도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면 산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고객이 지역 농산물에 큰 관심을 쏟는 식이다. 일상에 녹아든 농업혁신이다. 아산의 영농 비전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셈이다.

반가운 소식은 현대 외에 STX·한진그룹 등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농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영역 또한 영농·도정뿐 아니라 팜오일, 곡물 터미널 등 다양해지는 추세다. 중견그룹으로 평가되는 하림그룹이 국내 3위 해운업체인 팬오션(STX팬오션)을 1조79억5,000만원에 인수한 데도 해운사업과 곡물사업을 결합해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물론 '한국의 카길' 선포가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삼성물산·한진·STX와 당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합작투자 형식으로 aT그레인컴퍼니를 설립했으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2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무작정 뛰어든 결과다. 아산 생전부터 장기적 안목으로 농업에 투자한 현대의 성공 여부가 더욱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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