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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황금두꺼비의 눈물

양정록<생활산업부장>

흔히 ‘소주’를 21도의 행복, 360㎖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기분이 좋아도 한잔, 기분이 나빠도 한잔, 그저 그래도 한잔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도 소주 한잔이면 금세 친하게 된다. 경제도 그 속에 숨어 있다. 경기가 어려워 서민의 술이지만 처자식을 생각하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 땅의 아버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곁을 지키는 것도 소주다. 특히 창작의 힘을 논할 때도 소주가 빠지지 않는다. 요절 시인 기형도가 20여일간 소주 200병을 비우고 300편의 시를 지었다고 했으니 소주의 역할은 이제 문화로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소주는 우리 한국인에게 빠질 수 없는 일상이자 우리의 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해 2홉들이 소주 30억병이 팔렸다. 성인 1인당 84.5병을 마신 셈이다. 그러나 소주를 먹으면서 ‘서민들이 매일 그렇게 해치운 진로가 어떻게 망할 수 있느냐’는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도가 난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지난 98년 화의를 거쳐 2004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최근에야 진로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지만 소주시장의 54%를 장악한 진로는 으뜸 중의 으뜸 회사다. 달면 단 대로 쓰면 쓴 대로 그만큼 두꺼비를 많이 해치운 결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적지않은 입찰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황금두꺼비’로 비유되는 진로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로를 법정관리로 몰아간 주채권자 골드만삭스가 공개입찰 전 매각가격을 시장의 평가보다 최소한 1조원 이상 부풀린 것도 모자라 불과 한달 만에 진로의 적정 매각가격에 대해 말을 뒤집어 시장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동안 언론플레이를 통해 가격뻥튀기에 나서더니 정작 3조2,000억원을 제시한 하이트맥주에 대해 “너무 비싸게 사려 한다”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행태는 취기를 얼큰하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소주를 더 당기게 하는 것은 수조원의 이익이 예상되면서 세금 한푼도 안내는 투기자본에 알토란 같은 기업을 빼앗기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당초 2조원 안팎이 적정 인수가격으로 거론됐지만 12개 업체가 치열한 인수전을 펼치면서 입찰가격이 1조원 이상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3조원이 넘는 진로인수 대금이 진로의 기업가치에 비해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실제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등 진로채권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은 최소 1조원, 많게는 2조원 이상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게 돼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진로의 인수가격과 차액에 대해 투기자본이 2,000억원에 산 것을 입찰가격인 3조2,0000억원선에서 팔면 엄청난 차액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차액이 모두 해외에 있는 투자자들에게 갈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이트맥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민속에서는 두꺼비를 ‘집 지킴’과 ‘재복’의 상징으로 여긴다. 때문에 황금두꺼비 진로는 우리 국민의 애환이 담긴 알짜 기업이다. 98년 이후 화의와 법정관리 속에서도 6년째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때문에 두꺼비가 적정가격에 매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맥락에서 진로매각은 진로노조 주장대로 해외 채권자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에 의해 국부가 유출되지 않도록 타당한 기업가치 범위 내에서 M&A가 이뤄져야 한다. . 최근 국부유출이 너무 잦은 것 같다. 외국자본을 무조건 배척하는 시각은 곤란하지만 그에 맞설 금융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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