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계열사들의 잇단 구조조정 여파로 이들 기업에 지원됐다가 부실화된 은행 대출 규모가 올 들어서만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이라는 배경을 믿고 대출했다가 그룹의 계열사 '꼬리 자르기' 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으로 최근 철강·조선사에 대해 은행권이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후유증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스코플랜텍·포스코하이알·STS반도체·동부메탈 등 대기업 자회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은행이 떠안은 부실대출이 1조200억원(일부 이행성보증 등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가 지난 6월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하이알에 대해 각각 워크아웃,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은행권은 충격에 빠졌다.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하이알의 은행권 여신 규모는 각각 5,000억원과 500억원.
포스코플랜텍은 철강·해양·화학·조선 플랜트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만드는 회사로 2010년 포스코가 해양플랜트 전문업체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인수해 2013년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시켰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2010년부터 포스코플랜텍에 총 네 차례에 걸쳐 4,9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신용등급 'A-'였던 포스코플랜텍이 올해 들어 C등급까지 떨어졌지만 은행들은 포스코가 단기간 6,500억원을 투자한 자회사에 워크아웃 결정을 내리지 않으리라고 보고 여신을 계속 늘렸다.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포스코하이알도 2013년 말 은행 차입금이 191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500억원까지 늘었다.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인 동부메탈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동부메탈의 은행권 여신은 총 2,800억원 수준으로 수출입은행이 가장 많았고 하나·산업·우리은행 등도 대출을 해줬다.
보광그룹의 STS반도체도 6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STS반도체의 은행권 여신은 1,900억원가량이다. STS반도체뿐 아니라 보광그룹의 코아로직과 비케이이엔티도 나란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이제는 부실한 계열사를 끝까지 끌어안기보다 워크아웃 등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의 조선·철강 업종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한 여신에 신중을 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신주의로만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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