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매 패턴이 순매수로 돌아선 후에는 외국인보다는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순매수로 전환할 경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 종목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는 반면 기관은 각 기업에 대한 면밀한 정보에 입각해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는 시기에 맞춰 기관의 순매수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돌아섰던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종목을 분석한 결과 기관이 사들인 종목의 주가 상승확률은 64.1%로 외국인(57.5%)보다 6.6%포인트 높았다.
또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종목(시가총액 8,000억원 이상)의 개별 주가상승률도 기관이 외국인을 크게 앞질렀다. 이 기간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9개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기관이 445억원 순매수한 컴투스는 무려 338.3%나 급등했으며 게임빌(063080)(83.2%), 아모레퍼시픽(66.8%), 현대하이코스(50.1%), 롯데칠성(38.1%), CJ대한통운(37.0%), NH투자증권(34.0%)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가장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한국콜마(161890)로 86.8%에 그쳤다. 이 밖에 LG이노텍(51.0%), 원익IPS(47.9%), 메디톡스(39.8%) 등 외국인이 순매수한 나머지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도 기관이 사들인 종목보다 낮았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의 주가 등락률 역시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삼성물산(-8.3%), 한화(-4.8%), CJ오쇼핑(-7.0%), 한미약품(-5.9%) 등 7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으며 롯데케미칼(15.1%), 씨젠(11.1%), 한샘(6.8%) 등 13개 종목이 상승했다. 반면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은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게임빌은 30.7%나 급등했으며 삼성SDI(14.3%), 삼립식품(005610)(13.2%), GS건설(11.3%), 두산인프라코어(12.4%) 등 8개 종목이 10% 이상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외국인의 귀환을 대비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시점에는 기관이 순매수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종목을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문제는 현 시점이 외국인의 귀환을 예고하는 순매수 시점인가의 여부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세 진정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등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돌아올 여지는 충분하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몇 개월간 몇 조원씩 국내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추세적인 외국인의 귀환은 국내 기업이 실적 모멘텀을 보여줄 때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4·4분기 실적개선을 보여준다면 올 1·4분기가 지나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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