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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3월 9일] 비겁한 '초임 깎기'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이 ‘정원 10% 청년인턴 채용’에서 대졸 신입 직원의 초임 깎기로 확산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부는 공사ㆍ공단 등 공공기관에 올해 대졸 신입 직원 초임을 10~30%가량 깎아 청년인턴 추가 고용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려면 노사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노조의 반대로 성사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손쉬운 카드를 빼든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입사자와 올해 입사자 간의 연봉 격차가 500만~1,000만원가량 벌어진다고 한다. 더구나 올해 입사자는 간부직(2~3급) 승진 때까지 차별을 받아야 한다니 정부가 공인한 ‘비정규직’인 셈이다. 신입 직원들의 연봉만 깎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고 노후생활의 버팀목인 국민연금과 퇴직금도 줄어든다. 반면 정부는 자신(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올해 보수가 동결됐다며 비(非)노조원인 사무관 이상의 월급을 올해 말까지 1~5%(장ㆍ차관은 10%) 반납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신입 공무원의 보수는 깎지 않기로 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월급을 반납하면 생활비는 줄지만 삭감과 달리 연금 등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공공기관 신입 직원의 초임만 깎은 조치는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복사판 같다. 개정안은 이미 10년 이상 재직한 기존 공무원의 연금은 깎지 않고 신규 공무원에게만 불이익을 집중시켰다. 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나이를 신규 공무원에게만 65세(기존 재직자는 최고 60세)로 늦추고 유족연금액도 줄인 것. 정부는 이처럼 엄청난 일들을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앞으로 정부ㆍ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기관 신구(新舊) 직원 간의 위화감과 갈등이 커질 게 뻔하다. 세대 간 불공평은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계는 대졸 초임을 공공기관과 비슷한 방식으로 삭감하더라도 향후 임금상승률을 높이고 기존 사원의 임금을 2∼3년간 동결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임원 연봉의 일부를 반납해 1,800여명의 협력업체 청년인턴 고용 재원으로 쓰는 ‘SK식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정부가 벤치마킹할 대목이다.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고용창출 효과와 고통분담의 형평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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