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남의 땅, 우리 기름] <1> 산유국의 꿈을 키운다

31개국 86곳 진출…불굴의 투지로 곳곳 결실<br>SK, 페루 반체제세력 공격 받아가며 가스전 개발<br>위험 무릅쓴 '모래기름'샘플 공수, 사업 밑거름으로

세림제지가 카자흐스탄 사크라마바스 광구에서 시추해 끌어올린 원유가 파이프를 타고 올라와 유전 필드에 불꽃과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세림제지 제공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세계가 석유 고갈에 대비, 에너지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국가적 과제로 해외 석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본지는 중동 사막, 아프리카 오지, 중앙아시아 미개척지, 그리고 미주 대륙에서 산유국의 꿈을 키우며 땀을 흘리는 현장을 찾아 시리즈로 게재한다. 연초부터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은 북극 곰의 동향에 벌벌 떨고 있다. 유럽 각국이 국내 가스소비량의 30~40%를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가 ‘위험한 게임’을 벌여 지난해 초와 비슷한 가스공급 중단 사태가 재연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총성만 없을 뿐 21세기 지구촌은 치열한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바로 에너지 전쟁이다. 지난 70년대 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영일만에서 추출된 석유를 마시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70년대 연이어 1ㆍ2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恨)’을 곱씹어야 했다. 우리는 그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이른바 남의 나라 땅에서 우리 기름을 캔다는 전략이었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초부터 해외 유전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영글어가던 자원독립의 꿈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물거품이 됐다.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 해외석유개발에 나섰던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들이 눈물을 머금고 해외의 알짜 유전과 가스전을 내다 팔아야 했다. 그후 10년, 고유가의 파고와 전세계적 에너지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 자원개발의 투사들은 다시 5대양 6대주로 뻗어나가 우리 자원을 개발하고 생산해내고 있다. 전세계 31개국에서 진행 중인 86개 유ㆍ가스전 개발사업은 해가 지지 않는 한국인의 해외자원개발을 상징하는 하나의 지표다. 맨손의 한국 자원맨들은 불굴의 투지와 끈기로 낯선 타국 땅에서 산유국과 메이저의 벽을 넘고 있다. SK㈜는 지난해 페루 카미시아 광구에서 한 해 동안에 1,30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4,800m 높이의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이 곳은 아마존에서도 오지 중 오지. 메이저들조차 개발을 외면한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가스전 개발과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동안 원주민과 반체제 세력의 공격도 속출했다. 임시종 SK㈜ 페루지사장은 “우리가 ‘이런 고난과 위험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걱정을 이겨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고유가로 유명해진 모래기름, 즉 오일샌드 개발은 한국의 이름없는 오일맨들이 길을 열었다. 그야말로 ‘제2의 문익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오일샌드 개발 타당성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오듯 일부 산유국에서 오일샌드 샘플을 은밀히 국내로 공수해왔다. 발각되면 중형을 면치 못할 일이었지만 당시 관계자는 “고유가의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때 들여온 오일샌드 샘플 연구가 지난해 7월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진출에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저스틴 라이머 캐나다 앨버타주 경제개발부 선임국장은 “최근 앨버타주에 오일샌드 개발붐이 불면서 오일샌드 광산은 물론 건물임대료ㆍ인건비가 크게 올랐다”면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더 늦었다면 오일샌드 개발은 완전히 물 건너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독립국을 향해 석유ㆍ가스 수입국의 멍에를 자원개발에 활용하기도 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오만 내륙의 가스 개발을 제의했다. 오만 정부조차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스공사는 오만LNG의 주요 구매자가 되기로 하는 한편 개발지분 5%도 얻어냈다. 사우디ㆍ쿠웨이트ㆍ이라크ㆍ아랍에미리트 등에 비해 원유생산량이 적은 오만은 가스 수출의 길을 열어준 한국과 가스공사에 대단한 호의를 갖고 있다. 아모르 나세르 알마타니 오만LNG 부사장은 “한국에 갈 가스 물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며 “잉여물량이 생기면 먼저 한국 측에 구매의사를 물어본 뒤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첫 해외유전개발의 역사를 썼지만 동시에 실패의 쓴맛을 안기기도 했던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은 한국 오일맨들의 끈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석유공사는 마두라 유전을 코데코사에서 인수, 20년 이상 운영을 연장해가며 투자비를 대부분 회수했으며 지금도 기름과 가스를 생산 중이다. 아울러 석유공사와 SK㈜ㆍGSㆍ대성산업 등은 인도네시아에서 추정매장량 원유 8억배럴, 가스 2조입방피트의 3개 광구를 확보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두라 북동부 해상 넴(NEM)-1 광구에서 시추작업 중인 이재석 석유공사 과장은 “망망대해에서 고립돼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도 하지만 새로운 마두라 신화를 창조하는 데 매진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짧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부-석유公-민간기업 해외자원개발 ‘삼두마차’
투자액 올 20억弗넘을듯
해외 유ㆍ가스전 개발은 단일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험이 크고 규제가 많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ㆍ로열더치셸ㆍBP 같은 국제적인 석유메이저들도 자국 정부로부터 경제뿐 아니라 정치ㆍ외교적으로도 다량의 측면 지원을 받으며 영향력을 증대시켜왔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은 정부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SK를 비롯한 민간기업이 삼두마차를 이루며 끌어가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정책 지원과 자원외교의 선봉에 서고, 석유공사가 최일선에서 사업을 진행시키고, SK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전세계 16개국에서 29개 유ㆍ가스전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석유공사는 한국 해외자원개발의 총본산이다. 국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유전을 탐사ㆍ개발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석유공사는 해외 광권을 확보, 국내 기업들의 지분 투자를 유도해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국내에 자원개발 경험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한다.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해외자원개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SK도 현재 14개국에서 24개 유ㆍ가스전 개발을 진행하며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SK와 함께 민간에서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다 광구에서 유전개발에 성공한 LG상사가 자체 사업기반을 다지며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유가로 해외자원개발에 국가적 관심이 커지면서 경남기업ㆍ금호석유화학ㆍ현대중공업ㆍSTX 등도 유ㆍ가스전 개발에 새로 뛰어들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4억3,700만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해외 석유ㆍ가스 개발 투자는 지난해 3배 이상 증가한 15억5,000만달러로 늘었으며 올해는 2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 등도 자원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