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입은행에 3,000억원의 출연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수은의 잇따른 부실기업 지원과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악화된 재무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수은은 지난해 말 모뉴엘 사태에 이어 경남기업·성동조선 지원 등으로 부실채권비율이 시중은행 평균을 훨씬 웃도는 등 재무상황에 비상등이 켜졌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성동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1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전체 은행권 출자전환 1조4,500억원 중 수은이 70% 가까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수은은 이에 앞서 모뉴엘에 1,300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을 해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됐고 경남기업에도 2,171억원을 대출해줬으나 법정관리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며 거의 전액 피해를 봤다.
아직 부실화하지 않은 성동조선 대출 8,500억원 역시 불안한 상태다. 수은은 이를 모두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는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으로 돌릴 경우 수은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대로 올라선다. 현재 수은을 제외한 다른 채권은행들은 성동조선에 대한 여신을 이미 '고정 이하'로 분류한 상태다.
전체 부실여신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수은의 부실여신은 2012년 말 5,550억원, 2013년 말 1조3,766억원, 2014년 2조1,492억원으로 급증했다.
결국 수은의 3월 말 기준 부실채권(NPL) 비율은 2004년 3월(2.20%) 이후 10년 만에 다시 2%를 넘었다. 국내 은행의 평균 NPL 비율(1.53%)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수은의 NPL 비율은 2013년 9월 말(0.54%)까지 1% 이하로 관리됐으나 2013년 말 1.51%로 올라선 후 지난해 말 1.97% 이어 결국 2%를 넘어선 것이다.
수은은 5월 성동조선 3,000억원 단독지원안을 결정했지만 이 역시 오는 7월 말까지 운영자금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조선경기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필수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단독지원안이 끝나는 7월 말에 다시 안건을 부의해서 채권단 공동으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성동조선의 수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연말까지 최대 2,000억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풀이되는 부실기업 지원에서 발을 빼려야 뺄 수 없는 수은에 정부의 지원도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3년 1,000억원, 2014년 5,100억원을 이미 출자한 바 있다. 내년에 3,000억원을 출자하면 최근 4년간 출자 규모만 9,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동조선 등에 대한 건전성 재분류가 진행되면 수은의 NPL 비율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면서 "매년 정부 출연금이 들어가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밑 빠진 물붓기식 구조조정으로는 수은의 재무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출연금은 자기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BIS 비율과 신용등급 등은 개선할 수 있지만 수은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실채권 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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