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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北核에 대한 美의 선택

미국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어떤 종류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결코 수사학적인 표현이 아니다. 냉전 시기에 미 정부는 핵 억제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게임이론의 전문가를 초빙해 이 분야를 집중 연구토록 했다. 이 당시 게임이론의 전문가들이 내 놓은 결론은 아주 인상적이면서 단순했다.- 핵 억제력은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벌칙을 가하고 좋은 행동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유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아주 명백한 것이지만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구조적으로 이러한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최근 북한 정권의 행동은 나날이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난폭해지고 있다. 만일 미국이 직접 나서 북한 정권을 단번에 무너뜨릴 계획이 없다면, 그들을 달래만한 보상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쉽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하자 마자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했다. 또 지난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세계 3대 악의 축`(axis of evil)의 하나로 지목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을 `난장이(pygmy)`로 지칭하면서 그를 아주 혐오스러운 인물로 묘사하기까지 이르렀다. 부시 대통령의 선제 공격 원칙에 따라 미 행정부는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혐의가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결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국가로 지목하면, 실제로 악한 국가던 아니던 상관 없이 북한은 잠재적인 공격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수준으로, 대량 살상 무기제조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테러지원 측면에서도 북한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보다 한 수 위에 있을 지도 모른다. 실제 아직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가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부시 행정부는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탐내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할 구실을 찾고 있다는 주장이 강력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지목한 세계 3대 악의 축 가운데 이라크의 군사력이 제일 약하다는 것이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 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행동은 북한이 전 세계에서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더욱 충분하다. 지난 여름 북한은 지난 94년 클린턴 행정부와의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우라늄을 농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고 단지 북한으로 향하는 원유 공급을 중단하기만 했는데 이는 실상 북한 정권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제 북한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한으로 규정짓고 있다. 북한 정권이 핵 개발 계획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북한에게 어떠한 원조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또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국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먼저 공격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비추고 있어 북한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북한 정권 스스로는 게임의 룰을 지켜 나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지켜나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하지만 사실상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북한 김정일 정권이 살 수 있는 길은 스스로가 위협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이라크전에 신경을 쏟고 있는 사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폴 크루그만<미 프린스턴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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