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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무로 색칠한 '제주 풍경'

강요배 개인전 학고재서


성긴 붓질로 대충 그려놓은 듯한 캔버스에 제주도가 꿈틀거린다. 거센 파도가 암벽에 부딪치고, 휘영청 떠오른 달이 캄캄한 밤을 밝게 비춘다. 잔잔한 바다를 비추는 봄볕은 옥색으로 빛나고, 한여름 뙤약볕에 해바라기가 영글고 있다. 제주도 출신 작가로 16년째 제주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 강요배(55)가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사간동 학고재에서 열고 있다. 1980년대 민중의 애환이 구구절절이 묻어있는 인물화로 유명한 민중미술작가였던 그가 최근에는 '감정이 녹아든 풍경'으로 미술시장에서 한껏 몸값을 올리고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넓어진 덕분일까? 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은 한결 차분해진 듯하다. 이해가 안되는 색은 많이 빼내고 명도에도 큰 낙차를 두지 않았다. 구체적인 형상 대신 풍경이 전하는 감성과 에너지를 담는데 주력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사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매끈한 붓 대신 돌과 나무 그리고 종이 등을 이용해 색칠을 하기도 했다. 돌하르방은 돌로 그리고, 나무는 나무로 그렸다. 거친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붓 대신 신문지를 구겨 물감으로 찍듯이 바르기도 했다. 그의 특유의 필치가 더해져 아름다운 제주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의 제목은 '스침'. 작가는 "질리도록 인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라면서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바람이 물결을 스치고, 관람객이 작품을 스치기도 한다"고 만남과 스침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밭과 콩밭 그리고 무심하게 쪼개놓은 듯한 배추 한포기와 무… 마치 그의 제주도 삶을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풍경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에는 최근작 30여점이 선보인다. 가격은 100호 기준으로 6,000만원선에 정해졌다. 전시는 26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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