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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창립 50돌] '99-88' 중기의 땀과 눈물, 대한민국號 압축 성장 이끌다

GDP 비중 50%에 육박하고 혁신기업·세계 일류상품 급증…<br>강소기업으로 변신 잇달아<br>세계화·기술 경쟁력 부족 등 양적확대 비해 질적성장 더뎌…<br>불공정 거래 등 '3不' 풀어야

지난 1월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손경식(오른쪽부터) 대한상의 회장,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황식 국무총리,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혹자는 말한다.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기적이 아닌 중소기업의 땀과 눈물의 결실이라고. 정말 그럴까. 통계로 본 중소기업 50년 역사는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을 말해준다.

지난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이를 출발점으로 한국경제는 성장을 위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1만8,000개에 불과하던 중소기업(5인 이상 제조업 기준)은 1980년 3만개로 늘어났고 2009년에는 11만1,000개를 넘어섰다.

도소매, 숙박ㆍ음식업 등 전 산업으로 확대해보면 중소기업 수는 통계가 시작된 1979년 45만개에서 1990년 150만개, 2009년 307만개로 급증했다. 국가 전체 사업체 수의 99.9%에 달하는 막대한 수치다.

고용 역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79년 217만명이었던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1990년 466만명, 2000년 868만명으로 불어났고 2009년에는 1,175만명을 기록해 전체 종사자 수의 88%를 넘어섰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1970년 28.5%에 머물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980년 35.2%, 1990년 44.3%에 이어 2000년에는 50.2%까지 커졌다. 2009년 현재는 49.5%다.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에서 강소기업(Small Giants)으로의 변화도 눈에 띈다. 혁신형 기업 수는 2007년 2만4,401개에서 2010년 4만6,044개로 불어났다.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는 같은 기간 1만4,014개에서 2만659개로 1.5배 가까이 됐다. 세계일류상품도 중소기업 제품이 359개로 대기업(183개)보다 두 배가량 많고 수출 비중은 2007년 30.5%에서 2010년 33.0%로 2.5%포인트 상승했다.

그 결과 '99-88'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무역 1조달러 달성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이 한국경제의 놀라운 압축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성장은 더디게 진행됐다. 우선 글로벌 진출이 취약하다. 2009년 기준 중소제조업 매출액 구조(5인 이상)는 내수 90%, 수출 10%로 극심한 불균형 상태다.

종업원 250인 이상 중간 규모 기업 비중은 0.2%로 미국(11.7%), 독일(2.2%), 일본(1.4%) 등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또 중소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은 수우미양가 중 '미' 수준이고 시간당 노동생산성(41%)은 독일(9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성장지상주의 경제정책에 따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 하청구조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은 동반성장이 아닌 대기업 중심의 부속화로 전락해 중기 생태계에 위기를 초래했다. 현재도 중소업계는 '갑을(甲乙)문화' 고착화로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등 3불(不)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중화학공업 등 대기업 중심의 수출정책, 압축성장 과정에서 중소기업 정책의 이념과 가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같은 엇박자 경제정책 결과는 대ㆍ중기 간 격차 확대, 중산층 감소, 양질의 일자리 절대부족 현상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은 심해졌고 결국 영세 소상공인 등 소외된 우리 사회 절대 다수의 분노가 폭발하며 사회갈등을 야기시켰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된 중소업체의 현장애로 건수는 1,678건으로 거의 매일같이 불만이 쏟아졌다. 중소기업 현장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담당자들은 "그들의 하소연이 처연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한 중소기업인은 "대기업이나 협력업체나 다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데 왜 우리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기인은 "다른 지원은 기대도 안 할 테니 제발 납품단가나 제대로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어떤 이는 "대기업들이 안 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가 힘들다. 중소기업이 애써 만든 시장에 자본을 앞세워 너무 손쉽게 진출한다"고 한탄했다.

3월 말 출범한 전국소상공인포럼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눈물로 쓴 1,192장의 편지가 정부에 전달됐다. "30년간 해온 자동판매기 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한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영업자들의 창고를 털어 대기업 창고를 채우는 일은 막아야 한다" "소상공인의 몰락은 거리를 어둡게 하고 사회를 어둡게 만든다"라는 간절한 소망들이었다.

지난해 전세계는 사회의 1%에 해당하는 '가진 자'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같은 시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된 이유도 이 같은 사회적 분노와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성장은 99%인 중소기업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발전시키는 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오동윤 연구원은 "중소기업과 소통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경제성장과 정치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를 촉발하는 3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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