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CD금리 담합 조사에 앞서서도 공정위가 금융회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현장조사를 벌이면 금감원은 날선 반응을 보였다.
두 기관의 갈등은 주로 보험 쪽에서 자주 나타났다.
지난 2001년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1개 손해보험사에 대해 자동차보험료를 담합했다며 대규모 과징금을 부여해 금감원이 발끈했다. 보험료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이 관여한 것에 대해 '경고'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어 2008년 7월에는 자동차보험 비상급유 서비스 유료화 문제가 갈등 소재로 떠올랐다. 금감원은 보험업법에 따른 행정지도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정위가 16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보험료 담합을 이유로 3,000억원대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금감원이 곧장 생보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돌입하며 업계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18일 공정위가 증권사에 이어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이 이레적으로 공식 브리핑을 갖고 불만을 표시한 것은 공정위에 대한 해묵은 감정이 표출한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금감원과 합의가 없어 당혹스럽다"는 '점잖은' 표현으로 대신했지만 실무자들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공정위가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인 금감원과 업무조율이 전혀 없었음을 내비친 것임과 동시에, 확대해 해석하면 담합을 하고 있는데도 금감원이 '직무 유기'를 했다는 인식이 공정위의 조사 배경에 깔려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는 금융위원회와 행정지도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를 막자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지만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오히려 매 사안마다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적 대립만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신설되며 '소비자보호'영역을 침범 당했다고 여기는 공정위가 금융에 자꾸 손을 대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히려 "업계와 밀착이 심한 금융당국의 판단능력이 흐려진 것"이라고 비꼬았다.
금융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와 금감원, 공정위가 밥그릇하는 바람에 새우등(업계)만 터지고 있다"며 "후진적 금융 행정의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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