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닭 머리 요리다. 흉측한 모양에 쉽게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도 매콤한 향신료인 마라향이 배인 닭 머리 요리에 빠지면 그 맛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다. 고급 요리와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해도 닭 머리 요리가 메인은 아니다.
중국 지도를 닭의 모양으로 본다면 헤이룽장·지린·랴오닝 동북 3성은 닭 머리에 해당한다. 그렇게 좋지 않은 자연환경이지만 다칭유전 등 풍부한 원자재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중화학공업단지는 동북 3성의 매력이었다. 동북 3성은 1990년대 시장 경제 도입 당시 동부연안에 집중된 개발에 소외되며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지만 2003년 중앙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이후 10년간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석탄·철강·전력·석유화학 등 원자재를 기반으로 한 공업이 주축인 동북 3성은 과잉생산에 발목이 잡히며 2013년 이후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여기다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가 쏟아 부은 재정지원은 지방부채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난해 헤이룽장성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6%로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 최하위권이었고 랴오닝성은 5.8%에 그쳐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린성도 6.5%에 머무르며 목표치인 8% 안팎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中 일대일로 통해 성장률 제고 전략
경제가 이 모양이다 보니 동북 3성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40대 기수로 꼽혔던 루하오(48) 헤이룽장성 성장도 경제둔화에 어쩔 수 없나 보다. 첫 직장인 베이징나이론 공장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며 스타 정치인의 입지를 굳힌 루하오는 35세에 베이징시 부시장, 40세에 중앙공청단의 1인자인 중앙서기처 서기에 올랐다. 공청단 세력의 좌장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물러나며 애초 쓰촨성 성장에서 헤이룽장 성장으로 한 단계 낮아져 발령이 나기는 했지만 46세에 지방정부 성장은 파격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던 루하오도 경제둔화 여파로 입지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인 헤이룽장 성장 취임 이후 러시아와 경제무역협력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지난해 헤이룽장의 성장률은 전국 꼴찌를 차지했고 국경무역도 러시아의 경제위기에 흐지부지됐다. 공청단 내 차세대 경쟁자인 후춘화 광둥성 서기에 밀리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둔화에 동북 3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을 중앙정부도 인식한다. 지난 15일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동시에 '신창타이(新常態)에서 신동북현상'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3면을 할애해 현장 취재를 곁들인 동북 지역의 현황을 상세히 전했다. 인민일보는 중국 최대 유전인 헤이룽장성 다칭유전이 올해 130만톤의 감산으로 세수 감소액이 60억위안(한화 약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신동북현상'이 과거 개혁개방 당시 동북 3성이 중국의 발전에 소외되는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를 진단한 후 두 관영매체가 내놓은 해법은 동일하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와 메가시티 프로젝트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통합)'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곤두박질치는 동북 3성의 경제를 일대일로에 떠넘기는 셈이다.
물론 일대일로와 징진지 프로젝트가 동북 3성의 경제를 효과적으로 떠받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서부와 수도권 개발이 목적인 두 프로젝트가 동북 3성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
국내기업 블루오션 찾아 투자 확대를
하지만 중국 정부의 동북 3성 부양에 대한 의지와 이를 일대일로에 연결시키려는 전략은 통일경제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경영이라는 신화를 낳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남북통일의 매개체로 동북 3성의 활용을 강조했다. 동북 3성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북한의 개방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변수가 있지만 불가능한 방법도 아니다. 여기다 동북 3성을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일대일로와 연결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끊어진 고리를 이을 수도 있다. 문제는 동북 3성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다. 척박한 기업환경에 일찌감치 외면한 동북 3성에도 블루오션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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