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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3일] KDI를 고발한 약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이익집단이 있다고. 물론 무서워서 피한다기보다는 뒷감당이 안 돼서 피한다는 말이 맞겠지만. 2일부터 시작된 약사회장 선거판을 보고 있노라면 약사회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이익집단으로 급부상한 듯싶다. 후보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선진화에 반대해 '삭발을 했다' '반대에 몸을 불사르겠다' 등의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약사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1980년대 골리앗 파업에 버금가는 실력 저지를 하겠다고도 한다. 여기에 웃지도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약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약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 용역보고서를 냈다는 이유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고발사유는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이 기재된 용역보고서를 제출해 기획재정부 장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용역보고서를 낸 연구위원 개인을 고발한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고발사유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졸렬하게 연구위원 개인을 고발하느니 솔직하게 약사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을 합리화시킨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발한다고 밝히는 게 이해하기 편하다. 재정부 장관의 직무를 방해했다는 말도 적반하장이다. 지난달 12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의 의약 부문 공청회를 실력 저지한 당사자는 약사들이다. 재정부는 공청회를 지난달 24일로 미뤘다가 약사회 선거가 끝나는 10일 이후로 다시 연기했지만 사실상 올해 내로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의견이 있다면 열린 토론회장인 공청회에서부터 의견을 개진해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게 말해 약사를 포함한 전문자격사들은 이제까지 높은 진입장벽 아래서 편했다. 진입장벽은 소비자가 비싼 돈을 들여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손님이 왕'이 아니라 '손님이 봉'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문자격사 시장도 개방할 수밖에 없다. 미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자기 몫만 챙긴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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