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1월 6일] 新 회사후소론(繪事後素論)

자하가 공자에게 물었다. ‘웃음에 보조개여, 아름다운 눈에 또렷한 눈동자여, 소박한 마음으로 화려한 무늬를 만들었구나’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냐고. 공자가 답을 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후이다’라고. 이른바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로 논어 팔일편에 나온다. 한마디로 기본이 바로서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자하는 후에 형식적인 예(禮)보다도 그 예의 근본이 되는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새해벽두에 회사후소를 화두로 던져본다. 미국발 경제한파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았던 무자년, 되돌아보면 기본을 중시하지 않은 일들이 참 많았다. 절차와 기본을 소홀히 했기에 뒤따르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국제적으로는 진작부터 위기를 예감했으면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대출을 무리하게 늘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국내에서는 지방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발표로 국론분열과 저항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실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민생국회를 외치면서도 민생 법안들은 국회에서 노숙으로 연말연시를 보냈다. 하지만 회사후소는 우리에게 적어도 충청북도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민선4기 출범과 함께 충청북도는 ‘경제특별도’로 다시 태어났다. 열악한 도세와 경제규모를 늘리기 위해 기업유치가 절실했던 우리는 그야말로 투자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었고 지난해 말까지 불과 2년반 만에 무려 17조원이 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무원은 물론 온 도민이 힘을 합쳐 이룬 소중한 결실이다. 왜 회사후소인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유치 기업들이 최소한 공장부지를 이미 매입해 확실한 투자의지를 확인한 후에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기본에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로 양해각서 체결 기업들의 U턴 현상이 우려되는 데 비해 비교적 우리가 안도할 수 있음은 빈틈없는 절차를 충분히 거쳤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투자유치 성과는 ‘경제특별도’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준비 단계에 다름 아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충분히 흰 바탕을 손질해 올해는 잘 정리된 바탕 위에 본격적인 채색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켜야만 한다. ‘경제특별도'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것은 올해이기 때문이다. 탄탄한 하드웨어 위에 섬세한 콘텐츠를 빚어내야 하는, 가슴 설레는 기축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