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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과 경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신임을 받겠다”고 선언한 이후 경제와 민생을 챙기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나온 직후 11일과 12일 노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표가 반려되자마자 이틀동안 무려 4회나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민첩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부의 민생, 경제챙기기 행보가 빨라진 것은 재신임 정국에 국정공백과 혼란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망가지고 서민생활도 궁핍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 좋다. 위기일수록 정부의 대응은 신속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결정을 들여다보면 속도와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대책이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베트남의 판 반 카이 총리일행이 노무현 대통령 초청으로 오찬을 갖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기자와 만나 “그동안 부동산 대책은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었다. 또 땅값 급등 현상은 기존의 대책만으로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나 최 장관이 한 말의 효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4일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3배 올리겠다고 했으며 김진표 부총리는 9일과 12일 과표현실화시기를 앞당기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낮추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토지공개념이란 칼을 뽑아 들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어렵게 집을 장만한 서민들이나 기업인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부동산 때려잡기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말은 이상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경제회생에 독(毒)일 될 수 있는 요소도 다분하다. 경제 브레인들이 짜놓은 거시경제의 큰 틀은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쉽게 허물어지고 본의 아닌 거짓말과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경제 회생의 최대 장애물은 이 같은 정책 혼선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재신임 정국의 경제, 민생대책은 이상적이기 보다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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