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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부추기는 중기청
입력2003-07-18 00:00:00
수정
2003.07.18 00:00:00
지난 6월24일 조용한 부서로 유명한 중소기업청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세달 전 첫번째 보고에서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고 대통령에게 질타당한 뒤 재수를 하는 터라 이전의 중소기업정책과 선을 긋는 굵직굵직한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중 중소기업인들의 눈을 확 잡아끈 것은 경영안정자금 폐지. 경영안정자금이란 중기청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업체에게 운전자금용으로 꿔 주는 정책대출이다. 시설자금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고 5.9% 금리에 1년거치 2년분할 상환 등 조건이 좋아 수요가 매우 높은 중소기업 돈줄중 하나다.
실제로 올해 3,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연초부터 신청이 쇄도한 끝에 이미 지난달에 동이 나버렸다. 이런 자금을 없앤다 하니 높은 은행문턱 때문에 경영안정자금을 앞다퉈 찾던 중소기업들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중기청은 시중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데 굳이 정부가 경영안정자금을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금 공급은 민간금융기관에게 맡기고 시설자동화나 벤처창업 등 특정 분야에 돈을 몰아주겠다는 취지다. 이론적으로 백번 지당한 말이다.
이처럼 중기청이 속된 말로 `한건 올린` 6월말은 중소기업에게 잔인한 시기였다. 시중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춘다며 중소기업대출을 축소하고 자금을 회수해갔기 때문이다. 경기악화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은행에 시달리고 박대당한 중소기업 사장들의 가슴속은 새카맣게 탔을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 15일 박승 한은총재가 시중·국책은행장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기업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높여서라도 중소기업대출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을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중기청이 오히려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주범이라는 극한 비난마저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 보고에만 정신이 팔려 중소기업 지원이란 본분을 망각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중기청은 경영안정자금의 폐지 원칙만 정했지 실시시기는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 모른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꺾으면서까지 있으나마나한 얘기를 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규진 기자(성장기업부)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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