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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사진작가 김정명씨, 자연으로 다가 가 야생화가 된 사내

13년간 '한국의 야생화' 달력 펴내…한부 9,000원, 발행 한달이면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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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다가 가 야생화가 된 사내 [리빙 앤 조이] 사진작가 김정명씨13년간 '한국의 야생화' 달력 펴내…한부 9,000원, 발행 한달이면 동나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사진=김정명씨 제공 금강초롱 두메양귀비 복수초 각시수련 애기물매화 우리나라 국민중 달력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달력은 연말이면 기업이나 단체들이 홍보를 위해서 대량으로 찍어내고, 대중에게 공짜로 배포하는 것이 관례다. 그래서 ‘달력 인심’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외가 있다. 사진가 김정명(62)이 펴내는 ‘한국의 야생화’시리즈 달력은 매년 10월초 발행하면 한 달만에 동이 난다. 달력의 가격은 한 부에 9,000원. 적게 찍으면 2만 부, 많이 찍을 때는 5만 부까지 찍는데 인터넷이나 전화주문을 통해 택배로만 직판한다. 이렇게 하기를 13년. 2000년 펴낸 6집은 한국에서만 나는 ‘한국특산식물’, 2001년에는 ‘한국 수생식물’ 2002년 ‘한국 희귀멸종위기식물’을 다뤘다. 야생화 사진에 천착하다 보니 그의 지식은 이미 대가의 수준이다. “금강초롱에는 ‘하나부사야’라는 학명이 붙었는데, 하나부사야는 조선 총독부 초대총리 이름이에요. 또 약을 만드는 원료의 60%는 식물에서 얻어요. 꽃은 10일을 못 가지만 꽃 봉오리는 몇 개월이나 지속돼요. 그래서 외국에는 꽃봉오리를 감상하는 방법도 있어요. 삼백초는 잎사귀를 하얗게 변색시켜 가짜 꽃을 만들어. 곤충을 불러 수분 하려는 변신이지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구상나무의 원산이 우리나라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미국에 퍼져 있는 ‘미쓰김 라일락’은 미더박사가 털개나무 씨앗을 가져가서 개량한 거요. 계절간의 기온차가 50도까지 나는 지역은 세계에 두 곳 밖에 없어요.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지. 우리나라 식물은 그런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식물의 유전자를 공유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야생화에 대한 그의 설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야생 식물에 관한 그의 지식과 사진 솜씨를 보증이라도 하듯 이제는 그의 달력을 모으는 수집가가 생겨나고, 인터넷에서 거래도 되는데 오래 된 달력은 한 부에 20만원까지 호가 한다. 김씨의 사진은 달력에서만 인기를 누리는 게 아니다. 그의 사진은 영국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검색 코너(http://piclib. nhm.ac.uk/piclib/www)에 올라 있는데, 사진 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컷당 100만원의 이용료를 받을 만큼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 카메라를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자하문으로 봄소풍을 갔는데 짝이 카메라를 가져왔어요. 그게 얼마나 신기한지 그걸 빼앗아 가지고 이것 저것 찍어봤지. 그 이후로 동네 사진관에 가서 인화도 배우고, 청소도 해주면서 사진을 배웠어요. 그러다가 개학을 하니까 경찰이 찾아왔어요. ‘왜 남의 카메라를 빼앗아 갔느냐고…’ 야단을 치더라고. 부모님이 그 걸 보고 10등 안에 들면 카메라를 사준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두 달후 캐논 ‘데미’(Demy)를 손에 넣었지.” 하지만 그는 사진을 남에게 배운 적이 없는 독학파다. 그는 72년부터 시청각 기자재 에이전트 사업을 했다. 직원도 70~80명이나 될 정도로 사업은 번창했다. 그런데 사업이 잘되니까 사진 병이 도졌다. 그래서 그는 우리의 모습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한국의 멋을 찾아서’, ‘한국의 얼을 찾아서’,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등 연재를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다. 우리 것을 찾다 보니 김씨는 나라의 땅까지 찾게 됐다. 지난 87년 그는 KBS와의 작업을 위해 독도에 들어갔다. 입도(入島)를 위해 울릉군청에 가서 관련 서류를 찾았더니 영유권 문제가 걸려있고, 독도는 영유권이 없는 암초(Rock)으로 돼있었다. 자연 섬의 조건이 뭐냐를 찾아 봤더니 나무가 있고, 물이 나고, 사람이 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독도에 없는 것은 나무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독도에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95년부터 일본의 항의가 거세지자 매스컴의 접근도 어려워졌지만, 그는 나무가 잘 자라는지 궁금해 오징어 배를 타고 매년 한번씩은 독도에 들어갔다. 그는 “바위섬이라 나무가 안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자라고 있다”며“2005년 ‘다케시마의 해’라고 일본에서 떠들어대니까 환경재단에서 내 사진으로 전시회를 개최할 때 제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촬영한 한국 야생화의 종류는 1,500~1,600종. 필름으로는 50만 컷 정도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뭔지 물었다. “빨리 피었다가 빨리 지는 꽃이 좋아요. 원추리는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시들어요. 신숙주가 이걸 보고 망우초(忘憂草:근심을 잊는 풀이라는 뜻)라고 했지요. 서양사람들은 ‘데이릴리’ (하루백합)라고 불러요.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져야돼. 그렇지 않으면 기(氣)가 없어. 한 번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바로 매력이지.” 입력시간 : 2007/04/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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