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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웰스 파고 은행 손성원 수석부사장

대담: 金仁榮 뉴욕특파원『큰 직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한국에도 무언가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7위의 은행인 웰스 파고 은행 수석부사장에 임명된 한국계 손성원(53)씨는 17살때 미국에 건너왔다. 백악관 경제비서관을 거쳐 노웨스트 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면서, 저명한 경제 평론가로 활약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대해 재벌이 경제 자원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제조업 기술은 탁월하지만 금융기술은 낙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찾아 한시간여 동안 소감과 한국경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_소감을 말해주시지요. 손에 100달러를 쥐고 미국에 온 게 어제 같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제 위에는 회장·사장이 있고, 그 아래 10명의 부사장이 있는데, 제가 수석 부사장을 맡았습니다. 미국의 우수한 은행 경영시스템을 한국에 적용시키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_웰스 파고은 어떤 은행입니까. 미국 서부에선 코카콜라처럼 유명한 은행이지요. 지점만 6,000개로 미국에서 제일 많고, 자산 규모는 2,000억 달러로 7위입니다. 순이익은 내년에 30억~40억 달러가 예상되는데, 미국내 세번째입니다. 직원이 10만명이나 됩니다. _어떤 일을 맡게 됐습니까. 자산 및 부채관리를 맡고, 국제 경제·미국 및 캘리포니아 경제를 분석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수 및 합병(M&A) 분야도 하고 어떤 산업, 어떤 지역에 대출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저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해외 비중은 크지 않으나 35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외환 거래에도 판단을 해줄 것입니다. _미국에선 경제평론가로 유명한데, 어떤 연유로 은행 일을 하게 됐는지요. 교수를 한 적도 있습니다. 도중에 백악관에 들어가 금융시장을 담당했지요. 백악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뉴욕 월가를 연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백악관에 근무할 때 한달에 두번 정도 뉴욕 월가를 다녔는데, 그때 은행가들이 나를 추천해주었지요. 백악관 일을 마치고, 은행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뉴욕 은행가들이 미네소타주에 있는 노웨스트 은행을 소개해줬고, 그때부터 은행 일을 했습니다. _백악관에서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73~74년 닉슨과 포드 대통령때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했습니다. 당시 백악관에는 10명의 이코노미스트가 있었는데, 저는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을 담당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재무담당 비서관이라고 할까요. 당시 미국 이자율이 두자리 수로 높았고, 증시가 침체해 있었습니다. 닉슨 대통령과도 수십번 회의를 했어요. 입법 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몰랐고, 장관들을 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악관 경제담당 비서관들이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매주 금융시장 동향을 한 페이지로 요약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언젠가 미 달러가 미국 이외에서 거래되는 유러달러 시장이 요동쳤는데, 닉슨 대통령이 저의 보고서를 보고 빨간 펜으로 「유러달러가 왜 개판이냐」고 토를 달아 웃은 적이 있습니다. _미국에 오지 않고 한국에 있었으면 무엇을 했을까요. 부친이 은행가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은행에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었어도 은행가가 됐을 겁니다. 외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외교관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_미니애폴리스 FRB 총재 물망에도 오른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 적이 있지요. 워싱턴 FRB 본부의 이사(GOVERNOR)에도 여러 차례 후보로 올랐어요. 지금도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미국에는 능력 있고, 머리좋고, 경험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FRB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솔직하게 FRB 이사가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에는 12명의 지방 총재와 7명의 본부 이사가 있는데, 본부 이사의 영향력이 더 큰 편이다) _경제 평론가로서 그동안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해 논평해왔는데, 한국 경제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한국 경제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잘되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내려가고, 정부도 자금여력이 생겼습니다. 수출이 늘고, 환율도 안정적이며,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걱정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본·기술·노동력 등 자원 분배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40여개 재벌의 이익을 합칠 때 적자라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재벌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90%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500대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20~25%인데 비해, 일본은 3~4%에 불과하고, 한국은 마이너스입니다. 그 이유는 자원 분배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원의 낭비가 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벌입니다. 재벌에 자금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잘못된 자원 분배를 의미합니다. 빅딜(사업 맞교환)을 한다고 하지만, 재벌의 경영이 바뀌지 않으면 변하는 게 아무 것도 없게 됩니다. 재벌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왕족과 같은 지배체제, 그것을 바꿔야 합니다. 내가 통치자라면 재벌을 깨고 전문경영인을 채용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한국경제가 나빠진 것은 경제 전체의 경영이 잘못된 것을 의미하고, 정부의 경영, 재벌의 경영이 잘못된 것입니다. _금융인으로써 한국 금융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해주시지요. 한국의 제조업 기술은 뛰어납니다. 그러나 금융 기술은 아주 낙후해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회사는 미국 자동차 회사에서 더이상 기술을 배울 게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신용도 평가를 과학적으로 하는 등 미국 금융시스템에서는 많은 점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_미국 은행들이 아직 한국에 크레딧 라인(신용한도)를 풀지않고 있는데요. 세계 경제가 안정되는 것이 큰 관건일 것입니다. 미국 은행들은 태국·한국 등 이머징 마켓이 혼란해진 이후 대출을 두려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잘못된 경영 관행, 왜곡된 자원 분배 등을 고치는 게 미국은행들의 신뢰를 얻는 길입니다. 많은 미국은행들이 한국의 개혁이 너무 느리다고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_한국경제는 언제 회복될 것으로 봅니까. 수출회복 여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과 유렵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침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한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의 수출도 둔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국의 경제 구조조정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몇년은 더 어려울 것을 각오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언급을 자청했다.) 한국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는 도로에 U-턴 금지표시가 없는 한 어느 곳에서도 U-턴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여기서 U-턴 하라」는 표시가 있어야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많은데, 교통표지판의 사고방식과 같습니다. 기업이 정부보다 아는 게 많은데, 정부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본경제 침체도 바로 여기(관료주의)에서 나온 게 아닙니까. 정부가 기업과 은행을 구제해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부실 은행이나 회사가 망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자꾸 살려주니까 정부부담이 커지고, 국가 신인도가 내려가는 것 아닙니까.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신화를 깨야 합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대형 파산이 나도 정부가 구제해주지 않을 경우, 일시적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_엔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장기적으로 엔 약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일본 은행들이 대출을 기피하고, 소비자들이 돈이 있어도 소비를 안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경기침체가 오래갈 것으로 봅니다. 은행의 부실여신을 정부가 사준다고 해서 바로 은행의 대출이 열리는 게 아닙니다. 일본 정치인들의 신뢰도도 낮습니다. 내년까지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35엔까지 갈 것으로 봅니다. _FRB가 최근 세번 금리를 인하했는데, 앞으로 더 인하를 할까요. 이달말에는 일단 안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가 다시 혼란스러워지고 있고, 미국내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FRB에 있는 친구들은 뉴욕 증시가 너무 달아올랐다고 걱정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 검토해서 내년에 이자율을 내릴지 결정할 것으로 봅니다. _아시아 경제는 언제 회복될 것으로 봅니까. 일본이 관건입니다. 동아시아 경제력의 70%가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 기업의 수익율이 4%에 불과합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 재분배 왜곡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아 회복은 일본의 회복에 달려있는데, 일본은 아직 비관적입니다. _한국경제의 문제만 말씀했는데, 한국인들의 장점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교육열이 높습니다. 저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땅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태국이 한국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문제는 경영(MAMAGEMENT)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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