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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초구와 피노키오의 코


지난주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 한분이 다급하게 서울시청 기자실을 찾았다. 할머니는 서초구가 정보사령부 부지에 군인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걸린 큰 사안에 대해 서초구가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입니다. 정보사 터 활용방안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합니다."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서초구에 대한 분노가 배어 있었다. 서초구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초구는 정보사 부지의 군인아파트 건립계획과 관련해 국방부의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으며 협의하거나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을 우롱하는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이 탄로날까 노심초사하던 서초구는 바로 다음날 '정보사 이전부지 활용방안'이라는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정보사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했고 해당 직원이 국방부를 찾아 의견을 들었다고 자백하고 있다. 서초구는 정보사 부지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이전하고 주요20개국(G20)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정보사 부지를 친환경적인 문화복합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국방부는 정보사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공개매각하고 일부 지역에 군인아파트(1,000세대)를 건설하는 방안을 서초구에 요청하고 있다. 서초구가 군인아파트 건립을 허용할지, 허용하지 않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과 입장을 경청하고 그것을 정책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초구ㆍ국방부ㆍ서울시 등 유관기관만 참여해 협의를 진행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채널과 통로로 주민들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 과정과 절차의 민주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군인아파트 건립을 협의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가 다음날 의견을 청취했다고 발뺌하는 식으로는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 정보사는 내년까지 이전될 계획이다. 서초구는 더 이상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남은 기간 동안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용역을 발주하고 공청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초구청 청사를 볼 때마다 '피노키오 코'가 자꾸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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