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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어게인 2008년'
입력2011-04-12 18:26:16
수정
2011.04.12 18:26:16
연방정부 폐쇄의 벼랑 끝에서 385억달러라는 사상최대 규모 예산삭감을 관철시킨 미국 공화당 표정이 개운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예산삭감은 외견상 공화당의 승리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전체 삭감규모에다 세부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예산도 상당부분 잘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여세를 몰아 국가채무한도 증액과 오는 2012년 예산 싸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거칠게 밀어붙일 태세다. 공화당의 차차기 대통령후보감으로 꼽히는 폴 라이언 하원 세출위원장은 지난주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예산감축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6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재정지출 삭감을 내세워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뒤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오바마 집권 이후 2년 연속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9월에 끝나는 2011년 회계연도에는 1조5,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공화당은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연방부채문제를 '오바마케어'로 일컬어지는 건강보험개혁과 함께 내년 대선이슈로 끌고 갈 심산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의 공세에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 후 급격히 중도노선으로 돌아섰다. 소원했던 기업과의 관계개선에 공을 들이고 완강히 반대하던 부시 전 정권 시절의 감세 연장에도 동의했다. 2011년 예산 협상과정에서도 그는 당파를 떠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뒀다. 이는 정치적 분쟁을 혐오하는 중도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킬레스건인 재정문제에 관련해서도 그는 13일(현지시간)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복지 예산감축이 포함된다. 그리고 연간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끄집어 낼 예정이다. 공화당의 공세를 한발 앞서 차단하고 이슈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오바마 진영은 대선을 20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일찌감치 시카고에 재선캠프를 꾸렸다. 이 캠프에는 좌장인 짐 메시나 전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데이비드 엑셀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 지난 2008년 공신들이 전면에 포진하고 있다.
시카고 캠프는 2008년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던 '풀 뿌리 운동(grass roots)'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08년 대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던 소수계층 및 서민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다시 한번 이끌어내고 그들을 투표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산발적인 전투에서 이긴 공화당이 승리에 도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게임이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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