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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예술 테러리스트를 자임해 온 백남준(1932~2006)의 작품들이 영국 에딘버러국제페스티벌에 소개된다. 백남준아트센터(경기도 용인)가 자체 기획한 '백남준 회고전'이 오는 8월부터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축제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초청받은 것. 그 동안 국내 연극이나 음악 등 공연단체가 초청받은 적은 있지만 국내 미술관이 기획한 전시가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세계적으로 다시금 조명 받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을 올해 첫 전시로 선보였다. 또 백남준의 뒤를 이어 사회적 비판의 선봉에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끈질긴 후렴'전도 함께 열고 있다.
◇'부드러운 교란'전= 백남준은 비판적 문제 제기를 통해 기성 사회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키지만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했다는 백남준의 친구이자 설치예술가인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의 표현을 빌려 제목을 따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백남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정치적이라고 평가 받는 비디오 작품 '과달카날 레퀴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솔로몬 군도의 콰달카날 섬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전쟁의 파괴적인 속성뿐 아니라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저항을 담았다. '콰달카날 레퀴엠'은 1977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감옥에서 정글로'라는 공연의 일부로 처음 상영됐다. 여기에서 감옥은 백남준의 당시 비디오 작품에서 뮤즈로 등장한 샬롯 무어먼이 1967년 옷을 벗은 채 첼로를 연주했던 작품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로 인해 감옥에 갇혔던 사건을 말한다. 백남준은 음악 분야에서 금기시됐던 성(性)이란 담론을 전면에 내세워 클래식 음악은 성스러워야 한다는 통념에 강력하게 저항했다. 백남준의 급진적인 태도에 영향을 주었던 두 스승인 마르크스와 쇤베르크를 주제로 한 작품,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과 '아름다운 여성화가의 연대기를 위한 앨리슨 놀즈의 국기' 등도 음악과 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뉴욕 더 키친에서 '비디오 페스티벌: 라이브 비디오'의 일환으로 샬롯 무어먼과 초연한 'TV 침대'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끈질긴 후렴'전= 백남준의 사회 비판적인 태도 이후 오늘날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나 의식을 일깨우는지 조명하는 자리다.
양철모, 조지은으로 구성된 듀오 작가 그룹인 '믹스라이스'는 이주 노동자의 문제에 천작한다.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제도권 안과 밖의 문제를 사진, 영상, 공연, 만화, 벽화 등 다양한 매체로 실험한다. 최근에는 인간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정치성에도 주목한다.
이완은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이라는 설치 작품을 통해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작품을 시작한다. 철거된 건물에서 나온 작은 시멘트 덩어리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비닐 봉투가 저울을 한 가운데 두고 균형을 이루면서 법, 제도, 관습의 실체에 정면 도전한다.
프란시스 알리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지역인 '그린 라인'에서 평온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멜릭 오하니언은 아프가니스탄의 노동자 캠프에서 11일 동안 100m의 영화 트랙을 매일매일 설치하면서 반복 촬영한 영상 등을 통해 예술가가 첨예한 정치적 대립구도에서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흐름에 잠시 편입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성인 4,000원, 학생 2,000원. (031) 201~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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