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의 시발점으로 유럽 문화의 화려한 중흥을 이끌었던 그리스와 스페인. 재정위기에도 복지 포퓰리즘이 득세해 어느덧 전 세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반면 독일과 스웨덴은 재정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복지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갈수록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 없이 무조건 돈을 쓰는 현재 무상복지 방식으로는 남유럽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남유럽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복지개혁에 나서고 재정 건전성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남유럽 국가들은 1999년 유로화 단일체제 출범 이후 재정악화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화폐는 통합됐지만 재정은 통합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한 재정의 고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특히 이들 국가의 세출예산 비중은 '의무지출'에 과도하게 쏠려 있어 재정 건전성 악화에 불을 댕겼다. 이미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인 2008년 기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20.2%, 1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2%)을 훌쩍 뛰어넘었다.
남유럽 국가들의 지하경제 규모는 OECD 평균인 13.6%를 훨씬 초과해 추가 세원을 확보하기도 만만치가 않다.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과도한 복지는 의무지출로 묶여 건드릴 수가 없고 세수를 충당할 여력마저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재정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유럽과 한국은 닮은꼴이다. 예산에서 차지하는 의무지출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나 지하경제 규모가 커 세수의 블랙홀인 것도 마찬가지다. 사회 곳곳에서 보편적 복지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도 묘하게 닮아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나타날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재정"이라며 "나랏빚을 내서 복지를 확대하는 경우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재정 건전성 유지에 대한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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