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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살아 숨쉬는 도시를 만들자
입력2007-04-29 16:26:16
수정
2007.04.29 16:26:16
서울 강남에서 차를 타고 강북쪽으로 한강대교를 넘어가다 보면 왼쪽 서부 이촌동에 병풍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 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파트 단지 전면부가 모두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입주민들은 그야말로 특급 조망권을 누리겠구나 싶다. 하지만 한강을 누리는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면 이렇게 흉물스러운 건축물이 있냐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성냥갑같이 생긴 이 아파트는 단지 배치를 방패형으로 설계해 남산 전망을 가리는 동시에 서울의 중심부 한강을 바라보는 시야를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잘못된 도시계획의 산물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이제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 어디를 돌아다녀도 네모 반듯하게 멋없이 세운 아파트가 도시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우리 주변의 도시들은 별다른 개성도 아름다움도 없이 모두 비슷하고 밋밋한 곳이 돼버렸다. 더구나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주먹구구식 입안과 허술한 기준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잘못된 도시계획이 국토 여기저기에 난개발을 초래하고 있고 무분별하게 지은 나홀로 아파트들과 스카이라인을 독점하는 고층 건물들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수려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유산을 전혀 배려하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남아나는 유적이 없을 것 같다. 재건축ㆍ재개발ㆍ택지개발 등 숱한 개발로 훗날 우리나라는 새 건물들만 덩그러니 남은 채 역사가 사라진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하나의 도시를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생태ㆍ문화 등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도시 전체의 경관과 어울림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린벨트(녹지) 못지않게 중요한 화이트벨트(공기ㆍ바람), 블루벨트(강ㆍ바다)도 함께 다뤄야 한다. 남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서울 도심 곳곳을 통과하고 한강 물줄기의 기운이 도심 전체를 감돌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빨리 결정하고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도시개발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 좀더 오래 고민하고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거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삶의 터전이 아름답고 살아 숨쉬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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