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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금호산업, 채권단 과도한 가격 고집에 '제2 대우조선 사태' 우려

M&A 계속되는 힘겨루기에 깊어지는 박삼구의 고민



"현 주가 3배 넘는 1조213억 내라"… 미래에셋 ,朴회장에 인수대금 제시

자기자본 25배 많은 현대건설보다 주당 평가금액 2배 가까이 높아

협상 주도해야 할 산은은 미온적… 대우조선처럼 기업가치 폭락 가능성


지난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는 결국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백기를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매각 대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산은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이후 결국 불발돼 7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머물렀고 올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막바지에 이른 듯했던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공전하면서 '제2의 대우조선'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호산업 1대 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현 주가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회사를 사달라고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협상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은 중간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채권단이 과도한 욕심에 집착하다가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까지 피해를 입히는 일이 또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7년 새 몸값 10분의1 토막=올해 3조원이 넘는 분기당 영업적자를 내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이지만 반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년 전인 2008년 10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50.4%에 대해 6조3,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몸값을 써내며 산은으로부터 우선협상권을 따냈던 전례가 있어서다. 이는 현재 6,500억원 수준인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지분 50% 기준)의 10배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산은의 '조급증'이 일을 망쳤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며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한화가 일부 대금에 대해 분할납부를 요청했으나 산은이 이를 거절해 결국 거래가 깨졌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왔다면 선제적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었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도 전혀 없어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채권단을 비롯한 주주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미래에셋 원금 고집에 연내 매각 불투명=재계에서는 금호산업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의 요구 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에셋은 7월 말 박삼구 회장 측에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공동 실시한 매각자 실사에서 나온 기업가치(주당 3만1,000원)의 두 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은 30~50% 정도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래에셋은 220%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상 매각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7월 말 이후 채권단 가격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산은은 12일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채권단 22개 회사를 전부 불러 모아 다시 한 번 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미래에셋 측 입장이 워낙 강경해 연내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각가격 객관적 근거 미흡=미래에셋이 제시한 매각가에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금에 집착해 매각가를 설정하면서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호산업의 동종 경쟁사와의 주가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의 10일 종가는 3만3,100원으로 미래에셋의 금호산업 평가액(주당 5만9,000원)의 56% 수준이다. 양사의 자기자본을 비교하면 현대건설이 4조9,464억원, 금호산업이 1,995억원으로 25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거느린 지주사인 점을 감안해도 채권단 평가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칼과 비교해도 금호산업의 평가액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칼의 자기자본은 1조2,258억원으로 금호산업보다 6배 이상 높지만 이날 종가는 3만1,100원으로 역시 채권단이 평가한 금호산업 가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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