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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은행 보전금노린 부도실태] 개인피해 속수무책

『도대체 어느나라 은행입니까. 돈을 갚겠다는데도 한사코 부도를 내는게 우리나라 은행이 할 짓입니까.』지난 3월말 부도와 함께 급여 및 부동산 가압류를 당한 C씨(40·자동차회사 근무)는 대뜸 분통을 터뜨렸다. C씨가 은행돈 1,000만원을 빌린 것은 지난 97년 10월. 동생이 낸 사고를 급히 수습하기 위해 모은행에서 카드론으로 빌린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해 6월 거래은행이 퇴출당한 뒤 줄곧 연락이 없다가 만기가 된 10월에야 인수은행으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 C씨는 곧바로 이자를 갚은 뒤 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은행으로부터 거절당했다. C씨는 『퇴직금을 중간정산받고 안되면 집을 팔아서라도 갚을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하소연했지만, 은행측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결국 지난 3월 C씨의 급여와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가 떨어졌다. ◇힘없는 개인사업자가 희생양= 개인사업을 하는 A씨(52)는 더욱 기막힌 처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급전(急錢)이 필요한 곳이 많아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썼는데, 주거래은행을 인수한 은행이 지난 3월 갑자기 『신용도 불량하고 카드론도 한도를 넘었으니 법적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A씨는 『지금 갖고 있는 점포와 부동산이 얼마인데 1,200만원을 못갚겠느냐』며 항의했지만 압류권 행사를 막을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6월 퇴출은행을 인수한 국민·신한·주택·하나·한미은행 등이 부실여신으로 낙인찍어 정부에 보전을 요구한 대출자산 가운데 이같은 유형의 모럴 해저드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은행들의 모럴 해저드를 엄단하겠다고 몇차례 엄포를 놓았더니 당국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자영업자나 개인고객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에 청구하는게 제일 편하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자산을 고의로 부실화시킨 것은 「부실금액만큼을 정부가 채워주겠다」던 약속(풋백옵션)을 노린 것. 풋백옵션이란 퇴출 금융기관 인수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이후 부실화된 자산을 장부가격에 다시 넘길수 있는 권리. 부실이 많을수록 정부에서 더많이 타내갈 수 있다. 5개 은행은 최근 9,310억원을 풋백옵션으로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며 하반기에 다시 한번 이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퇴출은행에서 넘겨받은 대출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골치를 썩이는 것보다 정부에 모두 떠넘기고 그만큼을 국고에서 받아가는 것이 간편하기 때문에 풋백옵션 금액을 늘려잡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국민부담만 늘어나는 꼴= 정부가 풋백옵션으로 사들이는 퇴출은행의 대출자산은 성업공사로 헐값에 넘어가게 된다. 성업공사는 부실여신을 절반 이하의 가격(담보여신은 45%, 무담보는 3%)에 사들이며, 인수은행들은 예금공사로부터 차액을 보전받는다. 결국 정부 산하기관이 은행들의 일부 「억지부실」을 메꿔주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만 축나는 형국이다. ★그림참조 게다가 은행들은 퇴출은행에서 인수한 9,000억원에 이르는 여신성 유가증권도 모두 정부에 넘기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이에 따른 평가손(3,000억원 추정)과 풋백옵션(9,310억원)을 감안하면 모두 2조원 이상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판이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인수은행에 지급했던 5조7,800억원에 미지급금 3조원, 이번에 추가 부담해야 할 2조원을 모두 합하면 퇴출은행 정리에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한 인수은행 관계자는 『성업공사가 워낙 싼값에 인수하고 있어 나중에 경기가 좋아진 뒤에 담보 부동산 등을 매각한다면 정부가 손해보는 것도 아닌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대출자산을 넘겨받는 성업공사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도를 맞은 개인이나 사업자들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 입장= 은행들은 『고의로 부도를 낸 적은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퇴출은행으로부터 법적권리를 이전받았으며 올해 1월부터 회수독촉에 들어갔으므로 연체를 부추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말 대로라면 5개 은행의 퇴출과 인수과정에서 처리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 대출자산 부실화의 주원인.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IMF를 계기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서 담보평가액이 크게 떨어졌는데 이를 반영해 부도 판정을 내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정부가 무리하게 제재를 가해온다면 법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모럴 해저드를 둘러싼 정부당국과 은행권의 공방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상복 기자 SBHAN@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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