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오는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 글로벌 30위 에너지 기업이라는 목표를 선언했다. 정철길(사진)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정유업계의 구조적 위기 속 자원 개발은 북미, 화학 사업은 중국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전반적 체질을 바꾸며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비핵심 자산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인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 대표는 28일 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 등 에너지 자회사들의 주요 경영진을 대동하고 진행한 간담회 서두를 이렇게 뗐다. 그는 "1·4분기 실적 호조는 이번 분기까지도 이어지겠지만 반짝 효과일 뿐 하반기 마진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유화학 업계에 일고 있는 구조적 파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셰일가스 혁명이 한창인 미국, 만성적 불황에 들어선 유럽,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중국·중동·인도는 자칫 국내 정유업계를 휩쓸어버릴 거대한 파도와도 같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이른바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않기 위한 SK이노베이션의 향후 전략을 제시했다. △정유 부문은 원유도입 다각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 강화 △석유개발 부문(E&P)은 생산성을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화학윤활유 부문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프리미엄 윤활기유 같은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2018년 현 11조원 수준인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세계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E&P 사업의 중심축을 북미에 두는 'US 인사이더' 전략을 본격 전개하기로 했다. 김기태 E&P 사장은 "텍사스 휴스턴으로 인력과 자산을 이동시켜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전문회사로 SK E&P를 키우겠다"며 "최근 저유가로 채산성 압박을 받는 북미 셰일 채굴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은 화학 부문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위주로 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도 강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북경기차·현대기아차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굴지의 대형 자동차 회사에도 대량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면서 정유업계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원유 공유' 등의 다각적 협력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얼라이언스' 같은 연합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개혁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상장 등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현 6조8,000억원 수준인 차입금도 줄여나가기로 했다. 매각대상인 비핵심자산으로는 포항물류센터, 인천종합화학 일부 부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실시한 임직원 특별퇴직과 관련, "경영자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특별 퇴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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