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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는 기간동안 공공도서관, 오페라극장, 궁궐, 박물관 등 ‘문화유산’이라 부를 수 있는 건축물들의 내부공간을 사진으로 찍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독일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61)의 국내 첫 개인전이 소격동의 국제갤러리에서 30일 개막해 9월30일까지 열린다. 독일 현대 사진의 대표적 작가인 회퍼는 지난해 가나아트의 포토페스티벌을 비롯한 국내의 그룹전에 몇 차례 작품이 출품돼 대부분 팔려나가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제갤러리의 이현숙대표는 “2, 3년전부터 이 작가에 대한 유명세가 국내 콜렉터들간에 불기 시작했다. 당시 작품가도 오랫동안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가 이어졌고, 국내에도 이 작가 작품이 25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52x187cm의 대작들 20여개가 걸려 있는 이번 전시 작품들의 작품가는 4만5,000달러에서 6만5,000달러다. 독일의 유명 사진작가 베른트 베허 교수 밑에서 수학한 그는 70년대부터 ‘공적인 공간’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며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많은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2002년 로댕갤러리의 ‘칼레의 시민’을 찍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이번전시를 위해 두번째로 지난 29일 한국을 찾은 회퍼는 “국제갤러리 건축이 매우 특이하고 미니멀해 내 작품 전시 공간으로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의 내부를 다룬 그의 사진들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의 풍요로운 문화활동을 상징하는 이 공간 속에 인물이 부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대해 그녀는 “건축물의 외면에서는 미학적인 부분밖에 안 보이지만 내부에는 더 많은 사물들이 이야기하고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간다”면서 “사람이 건물 안에 있으면 공간의 관계성 부각이 떨어지기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특이하다. 공간에 사람이 없어야 하므로 공공도서관의 경우 오픈시간 전에 촬영한다. 오페라극장은 8월이 휴관이 많아 이때 작업한다. 장소의 헌팅도 미리 하지 않는다. 촬영도 1시간에서 4시간동안 길지도 않다. 작가는 “어느곳인지에 대한 정보없이 전혀 모른 상태에서 방문해 그곳의 환경을 처음 대하는 첫경험의 우연성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이번전시의 그 대표적인 작품은 전시장 2층에 있는 ‘상 파울로 비엔날레 전시장’. 비엔날레전시가 막 끝난 다음날 전시장모습으로 작품들이 빠져나갈 때 건축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종이로 덮어진 모습에서 우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작가는 컴퓨터 작업으로 사진에 인위적인 손질을 가하지 않고 인공조명과 자연광선을 혼합해서 사용하며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가능한 넓고 큰 공간을 화면 속에 담아내기 위해 광각렌즈를 사용하며 대중에게 공개된 열린 공공장소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정면 구도나 대각선 구도로 건축물의 내부를 담아낸다. 호화롭고 웅장한 느낌으로 가득찬 그의 사진작품들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서구의 문화유산이나 공적인 공간들에서 직접 취한 것들로 우리에게도 이처럼 아름다운사진으로 남을 만한 건물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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