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 1ㆍ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형 선사들의 경우 해운경기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조치로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서는 선방했지만, 해운 경기가 하반기나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보여 해운사들은 올 한해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예상된다. ◇운임급락… 실적 사상 최악= STX팬오션은 15일 올해 1ㆍ4분기 매출액 1조945억원, 영업손실 4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1% 감소한 것이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역시 이날 실적발표를 한 현대상선은 매출액은 6% 증가한 1조6,925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96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한진해운은 매출액이 1조7,857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2,493억원에 달했다. 대한해운도 1,49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처럼 주요 선사들이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물동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상운임이 급락하고 실적이 나빠진 것. 실제로 벌크선운임지수(BDI)는 600대까지 급락한 이후 반등을 했지만 손익분기점인 3,000선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컨테이너운임지수와 유조선운임지수 등도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해운사들은 비록 적자를 냈지만 해외업체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시황 하락에 대비해 선제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적극적으로 우량 화주를 유치해 적자폭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역시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선대 포트폴리오를 최적의 상태로 편성해 비교적 손실이 적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주요 경쟁사인 머스크가 5억5,500만달러(약 7,790억원), APL이 2억4,000만달러(3,3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손실폭이 적은 편"이라면서 "노선합리화 및 선복 최적화 등의 전략을 통해 저비용체제를 갖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회복세 기대되나 연간손실 전망= 해운업계나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해운경기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선사들이 선박 운항속도 조정, 일부 선박 운항중지, 신조 인도시기 조정 및 선박해체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도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벌크 부문의 경우, 전세계 국가들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기반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정상화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운임이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확인하고 있으며 중고선의 거래량과 가격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중소형 벌크선 위주로 해운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컨테이너 시장은 낮은 가동률이 이어지면서 3분기 성수기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대형선사들은 연간실적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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