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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선 난기류] 2. 강화되는 통상압력
입력2001-03-09 00:00:00
수정
2001.03.09 00:00:00
▷(상) 밀려오는 구매사절단 ▷(하) 해외로 가는 부품업체들철강·車등 품목 불문 개도국까지 규제 가세
"지난해 한국은 16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그러나 승용차 수입은 4.000여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
9일 오전 신라호텔. 주한유럽상의 주최의 기자회견장에서 프랑크 헤스케 EU대표부 대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 유럽연합(EU) 집행위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 위원은 우리나라를 방문, 조선을 비롯한 한ㆍEU간 통상현안에 대한 강경 입장을 전달했다.
무협 관계자는 "라미 위원장 방한에 이은 이날 주한유럽상의의 그 자체로 유럽측의 대한 통상압력에 대한 강도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주말 인천 동구 송현동 인천제철 공장. 힘든 공정을 마치고 선적을 기다리는 H형강이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 있다. 대부분의 물량은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인천제철은 현재 H형강을 미국시장에는 단 1톤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 회사 H형강 제품에 25%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물려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 한정건 상무는 "내수 침체에다 수출까지 급감해 가동율이 60%까지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제품의 원가코스트는 높아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났다.
강도를 더해가는 통상압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철강업계가 수입규제로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지난해 미국의 철강수입량은 3,443만톤. 99년보다 6.2%늘었다. 하지만 한국산은 오히려 8.9% 감소한 243만톤에 머물렀다. 최근 ITC는 "포철의 완전 민영화와 정부 영향력 배제, 한보철강 매각 등을 한국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철강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상마찰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의 문제가 아니다. 개도국들도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고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수입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베네주엘라 현지법인은 3월들어 초비상 상태. 베네주엘라 정부가 한국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이 98년 15%에서 지난해 30%로 높아지자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
대우차 관계자는 "씨에로가 현지 택시시장의 70%를 점유하면서 대우차가 이 조치의 주타킷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뿐 아니라 대상품목도 가전, 철강, 섬유를 비롯 타이어, 유화 등 국내 수출주력 상품이 대부분 포함되고 있다. 올들어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에다 국내기업들이 수출중심의 경영전략을 펴면서 이 같은 사태는 더 심화되고 있다.
강도를 더해가는 통상압력에 정부와 업계는 뚜렷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동원, 한국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강화하고, 사소한 일이 본격적인 마찰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던 상무관은 "한국정부의 원칙과 형평에 어긋나는 지원이나 조치는 시장불신을 초래, 통상마찰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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