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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7일] 교포가 외면하는 한국 국제학교

태국 방콕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밋마이뜨리 지역에 있는 방콕한국국제학교. 지난 2001년 3월 한인학교 형태로 개교해 2003년 국제학교 인가를 받은 이 학교는 개교 당시 초등 1~4학년, 19명이던 재학생이 현재 초ㆍ중ㆍ고교 과정에 총 135명으로 늘었다. 이 학교의 초등학생 한 학기 수업료는 4만밧(160만원)으로 한국과 비해서도 결코 싸지 않다. 방콕에 있는 다른 국제학교의 초등학생 한 학기 수업료는 한국국제학교의 5~7배인 20만~30만밧(800만~1,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많은 한국 교민들은 자녀들을 한국국제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수업료가 비싼 다른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방콕시내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자녀 가운데 초ㆍ중ㆍ고교 취학 대상자는 약 750여명. 10명 중 2명 정도만 한국국제학교에 다니고 8명은 미국이나 영국ㆍ캐나다 등 다른 나라 정부나 법인이 설립한 국제학교에 적을 두고 있다. 외교관이나 주재원 등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은 한국국제학교를 외면하는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학교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콕한국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은 국내 교육과정을 준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 받는 입장이어서 교육과정을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게 돼 있다. 영어수업이 정규 교과목 수업시간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영어수업시간을 더 늘릴 수 없어 방과후학교를 활용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진봉 교장은 "방과후학교의 경우 학생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들어가는 셈"이라면서 "해외 국제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이 50%까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우리 학부모들이 5~7배 비싼 돈을 주고 다른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이유는 자명하다. 적어도 영어 하나만큼이라도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자율학교가 늘어나면서 교육과정의 자율권도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이 필요한 해외의 한국국제학교는 경직된 교육과정에 얽매여 여전히 한인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와 영어 공교육 강화 못지않게 재외 국제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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