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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육 주문 예년만 못해도 친환경 한우세트로 설 특수 잡아야죠"

대목 앞두고 경북 군위 친환경 한우 도축공장 가보니

지난 3일 경북 군위에 위치한 민속한우의 한우가공공장에서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부위별 고기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GS리테일과 협약 민속한우 LPC
가공서 포장·출하까지 전 과정 첨단 시스템처럼 물 흐르듯
경기불황에 구제역 파동 여파… 설 선물수요 줄어들까 걱정
한우시세까지 하락 농가 시름
자체 개발 '친하누'로 시장 선점… 안전 먹거리 내세워 마케팅 차별화


지난 3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민속한우 LPC. 인근 안동의 친환경 지정 목장에서 사육한 소를 들여와 도축·가공 작업을 거쳐 상품화 작업까지 이뤄지는 한우 가공 공장이다.

구제역 여파로 차량이 오가는 입구부터 철저한 소독 과정을 거쳐 들어선 가공 공장은 설을 보름여 앞두고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도축장은 쉴 새 없이 가동됐고, 머리·내장·우피(소 가죽) 등이 깨끗이 제거된 지육들은 빨간 속살을 드러내며 세부 분할과 상품화를 위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용훈 민속한우 이사는 "보통 하루 60마리씩 도축되지만 설을 20여 일 앞두고는 80∼90마리씩 진행됐다"며 "분리 작업이 완료된 고기들은 다음 주 유통을 위해 냉장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뒀다"고 말했다.

민속한우는 2012년 GS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친환경 기법으로 키운 소를 상품화해 GS리테일에 유통하고 있다. GS리테일은 목장·도축장·가공장을 모두 갖춘 민속한우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민속한우는 판로 걱정 없이 사육·도축·가공 등 생산 과정만 신경쓰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날 둘러 본 한우 공장의 도축장·가공장·포장실·보관창고·출하실은 마치 전자제품 생산공정처럼 컨베이어시스템으로 물 흐르듯 이어졌다. 장화와 모자, 위생가운을 입고 알코올소독, 에어샤워 등을 철저하게 거친 생산직원들은 눈감고도 칼질할 정도로 숙련된 솜씨로 바삐 고기 해체작업을 진행했다. 설 대목을 맞아 이전 수요 등을 토대로 도축량을 결정하고 신선한 고기를 준비해 뒀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축산 농가 관계자들의 가슴은 예년보다 더 타들어 간다.

이 이사는 "이번주 후반부터는 등심·갈비살 등 고급육 설 선물세트 선 주문이 밀려와야 하는데 올해는 예년만 못하다"며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둔화된데다 구제역 파동 여파도 있어 올해 축산물 수요가 상당수 과일 세트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더욱이 설 등 명절 대목에는 수요 증가로 한우 등 쇠고기 출하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외려 내리는 추세가 계속돼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도축경매장의 쇠고기 가격은 1㎏당 1만5,000원 정도였으나 이달 들어 1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1++ 등급 )시세는 지난해 1월 넷째주 평균가격에 비해 7% 가량 하락했다.

늘어나는 수입 쇠고기도 고민거리다. FTA 발효로 미국·호주산 쇠고기 관세가 인하돼 한우의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료값·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분을 고려하면 명절 때 축산 농가가 목돈을 만진다는 것은 옛말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쇠고기 소비를 놓고 달라진 소비자 패턴도 한우 가격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다. 최근 한우 소비문화가 과거 등심 중심에서 삼각살, 치마살, 업진살 등 구이용 특수 부위로 한층 다양해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0년 등심 판매비중은 38%에서 지난해 29%로 줄어든 반면 등심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62%에서 71%로 상승했다. 이처럼 등심 외 부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우 등심의 재고 적체에 따라 한우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요인으로 이마트는 4일 한우 설 선물세트 가격을 지난해보다 5∼12% 인하했다.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축산농가 등 관련 업계는 친환경 한우 세트 등 차별화로 시장 선점을 꾀하는 모습이다. GS리테일과 민속한우는 지난해 설 첫 선을 보인 자체 개발 친환경 한우 브랜드 '친하누' 브랜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소비 부진 등 여러 악재가 있지만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만큼 '친환경'을 강조하며 설 특수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김진배 GS리테일 수퍼마켓 축산팀 MD는 "친환경 지정 목장에서 키우고 지정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한우만을 고집한 결과 지난 해 한우 매출이 11.9% 증가했다"며 "올해 설도 지난 해 추석 대비 30% 이상 물량을 늘렸고 가격대도 8만원∼50만원까지 다변화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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