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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로존 배드뱅크 만든다
입력2011-09-27 21:44:44
수정
2011.09.27 21:44:44
독일 헌재 "특수목적법인 그리스 국채매입은 위헌 소지 있어"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내 국가들의 국채 매입 등을 전담하는 ‘배드뱅크’(부실채권 정리기구) 설립을 추진한다.
펀드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워 유럽 은행들이 짊어지고 있는 재정위기 국가의 부실 국채를 매입해 위기에 몰린 유럽은행들과 재정위기 국가들을 한꺼번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공적자금을 유럽 은행들에 투입하겠다는 의도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으로부터 부실 유가증권을 사들여 처리했던 미국의 부실채권정리기구(TARP)과 그 기능과 목적이 유사하다.
CNBC는 27일 유로존 최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유럽투자은행(EIB)이 유럽안정화기금(EFSF)으로 출자를 받아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과 더타임스도 “현재 4,400억 유로인 EFSF 규모를 2조 유로로 늘려 그리스와 같은 고위험 국가의 부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은 대책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이미 상당부문 진척됐다"고 전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SPV는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이 자금을 이용해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나라의 국채를 매입하게 된다. 유로존 은행들은 이렇게 해서 부실 우려가 있는 보유국채를 SPV에 넘기는 대신 SPV가 발행한 채권을 사고, 이 채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은 조달비용(국채 수익률) 하락을 기대할 수 있고,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의 국채를 짊어진 유럽 은행들은 이들 국채를 SPV에 매각해 은행의 부실화 위험을 덜 수 있게 된다.
더 타임스는 "SPV가 이 같이 직접 신용불량 국가의 채권 매입에 나설 경우 채권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상당한 ‘위험 보호’ 기능을 발휘해 직접 투입한 기금액수 보다 4∼5배의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U가 사실상의 대규모 ‘공적자금’투입 조치를 내린 것은 그리스가 약 3,500억 유로에 이르는 부채 해소 약속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국가들 사이에는 그리스의 자구 이행 노력을 통한 부채감소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무너지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악영향이 확산되는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SPV가 실제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EFSF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독일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은 "EFSF를 활용해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독일의 주권을 EU에 넘기는 것"이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국민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SPV 도입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EFSF의 추가 증액이 가능할지 여부도 걸림돌이다. 당초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빚더미에 앉은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4,400억 유로로 설립된 EFSF 기금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물론 키프로스 등 유로존 내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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