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간 5만대가량의 자동차를 팔며 판매대수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정작 한국 임직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인 설립 초기 시장을 개척했던 능력 있는 한국인 임원의 퇴사가 최근까지도 이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불신이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국내 수입차 판매 3~4위를 차지하며 매년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단순한 판매처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는 한국인 임원(이사급 이상)이 단 한 명도 없다. 마지막 한국인 임원이었던 방실 전 폭스바겐코리아 영업마케팅 이사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 마케팅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실력 있는 한국인 임원이 회사를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동훈 현 르노삼성 부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8년 간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다 2013년 회사를 떠나 르노삼성차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부사장은 연 1,635대에 불과하던 폭스바겐 판매량을 8년 만에 1만8,395대로 늘리는 등 한국 시장 정착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아우디코리아의 사번 1번의 주인공인 이연경 전 마케팅 총괄이사도 비슷한 사례다. 2004년 아우디의 한국 지사 설립을 주도했고 수입차 업계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활약하며 아우디가 업계 4위로 발돋움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그였지만 2013년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견제해 한국인 임원들이 계속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이 일부 임원의 퇴사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실제로 입증된 혐의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 본사와 독일인 경영진이 한국인 임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역량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을 단순한 판매처로만 생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619억원으로 전년보다 23.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46억원으로 34.1%나 급증했다. 하지만 사회 기부금은 2억원으로 1년 전과 동일하다. BMW코리아가 수십억원을 들여 드라이빙센터를 짓고 미래재단을 운영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난해 2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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