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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5등도 가을 야구에 초대 받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각 구단 사장단 회의인 이사회를 열어 포스트시즌 경기방식 변경을 결정했다. 정규시즌 4위와 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새로 생긴 것이다.
KBO는 지난 7월 이사간담회 때 4위와 5위의 승차가 1.5경기 이내일 경우에만 단판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이날 이사회에서 무조건 시행으로 바꿔 확정했다. 9구단 체제인 올해까지 4강 포스트시즌으로 치러진 프로야구는 kt가 합류하는 내년부터 10개 팀 가운데 5위도 포스트시즌(준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방식은 이렇다. 4위 팀은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5위 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다. 첫 경기에서 1승 또는 1무승부만 하면 3위와의 대결인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 첫판에 4위 팀이 지면 2차전이 성사된다. 5위 팀은 2연전을 모두 이겨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결국 경기 수는 최대 2경기인 셈이다. 장소는 이동 없이 4위 팀 홈구장에서만 치러진다. 상위 팀 1승 어드밴티지는 일본프로야구가 먼저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방식 변경은 10구단 시대를 맞은 KBO와 각 구단이 묘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구단이 늘었으니 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10팀 중 절반이 나가는 5강 포스트시즌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경기 수가 최대 2경기 늘어나면서 입장 수입 증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 입장료는 정규시즌의 3~4배에 이른다. 경기 수가 많아야 수입도 늘어난다. 매진이 일상인 포스트시즌은 2007년부터 8년 연속 20만 관중 기록을 이어왔다. 올해는 22만8,700명이 야구장을 찾아 입장 72억8,006만8,400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포스트시즌 전체 입장 수입 가운데 약 40%는 KBO가 갖고 60%를 진출 구단에 나눠준다. 1~4위 팀에 각각 50%, 25%, 15%, 10%씩 배분된다. 올해 삼성은 정규시즌 1위 자격으로 운영비를 뺀 금액의 20%를 받고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50%를 챙겼다. 통합 우승으로 약 26억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다음 시즌 배당금 배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도입으로 기대되는 또 다른 효과는 정규시즌 3위 팀에 대한 우대다. 올해까지는 3위를 하든 4위를 하든 큰 차이가 없었다. 3위를 하면 4위보다 한 경기 많은 3경기를 홈구장에서 치를 수 있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5위 팀에 진출권이 생기면서 3위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를 소진하고 올라온 팀은 3위와 싸우는 준플레이오프가 훨씬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린 정규시즌 1위 다툼과 준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있는 2위 싸움, 4위 턱걸이 경쟁만 치열했으나 내년부터는 3위가 중요해지면서 순위 다툼의 긴장감이 시즌 막판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규시즌 1위 팀의 경우 한국시리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져 실전감각 유지라는 변수가 더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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