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KIKO(Knock-In Knock-Out)보다 투기성이 훨씬 높은 장외 통화옵션 상품인 스노볼(Snowball)에 가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스노볼이 KIKO보다 투기성이 훨씬 짙어 원ㆍ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은행권을 대상으로 스노볼 상품판매 규모 및 투자기업의 손실현황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스노볼은 지난해 초부터 판매돼 거래건수 측면에서는 KIKO보다 적지만 투기성이 매우 강해 평가손 규모가 KIKO 평가손(2조5,000억원)보다 많은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고(高)환율 정책을 포기한 근본적인 원인은 물가불안 우려지만 환율이 떨어져야 이 같은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이 지난해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스노볼은 KIKO보다 레버리지 효과가 5~10배는 높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엄청난 이익을 보지만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이처럼 투기성이 높은데도 일부 중소기업들은 실제로 필요한 수출물량 이상으로 스노볼에 가입했다가 회사 문을 닫아야 될 정도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KIKO는 환율의 상단과 하단선을 정해놓고 그 사이(밴드)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면 스노볼에는 이런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밴드가 없다. 환율이 하락하면 큰 이익을 보는 대신 환율이 상승하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올인(all in)형’ 구조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스노볼에 대거 가입했지만 올 들어 환율이 예상과 달리 급등하자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파생상품 관계자는 “신종 통화옵션 상품인 스노볼은 KIKO보다 레버리지가 최대 10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투기성을 갖고 있다”며 “특히 환율하락에 올인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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