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업종을 대상으로 외화부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개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작업이 상장기업에도 적용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외화부채의 경우 결산시점에 원화로 환산해 장부상에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최근 환율급등으로 실제로 이익은 났으나 장부상으로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가 장비를 들여온 업체들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장부상으로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8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한국회계기준원 등에 따르면 해운업계가 건의한 외화표시 환산 회계제도(외화부채 회계처리 방식) 개선 건의에 대해 이들 업종 외에 다른 분야도 이와 비슷한 회계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전 업종을 대상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화표시 환산 회계제도는 해운업체뿐 아니라 항공ㆍ석유화학 등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는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이에 따라 회계제도 자체를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은 국제회계 테이블 논의과정에서도 현 회계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주장해나갈 계획이다. 회계기준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회계위원회와 미국 회계기준위원회 주최로 회의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서 외화 환산 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외화부채 부담이 가장 큰 분야는 5년 이상 장기에 걸쳐 갚아야 하는 달러 채무를 원화로 바꿔 장부에 기재해야 하는 해운업종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체들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달러부채가 급증하는 바람에 외화환산 평가손실액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에도 맞으면서 국내 기업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회계기준을 변경할 경우 상장기업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외화 부채를 주석을 기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토론과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단 상장기업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할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토로했다.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의 경우 투자자 보호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안 좋은 시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번 환헤지 통화파생금융 상품인 키코(KIKO)의 회계처리에 대해 혜택을 부여할 때 상장기업은 적자시 퇴출조건만 바꿨을 뿐이다. 반면 비상장기업은 파생상품 손실을 주석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지난번 금융당국이 조선업체 회계기준을 변경하자 일부 외신 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우리 정부의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자산에서 외화부채 비율이 20% 이상인 상장사(올해 신규 상장 등 제외)는 코스피시장 51개사, 코스닥시장 35개사 등이고 올해 3ㆍ4분기에 순손실(순이익 적자)을 낸 상장사는 58개사에 달했다. 외화부채 비율이 각각 55.5%와 43.1%인 에스씨에프와 이건산업은 3ㆍ4분기에 적자폭이 확대됐으며 외화부채 비율이 30~50% 수준인 KSS해운 등도 전년 동기 흑자에서 올 3ㆍ4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업종별 외화부채 비율은 종이ㆍ목재(10.95%), 기계(10.71%), 의료정밀(9.45%), 유통(9.11%), 운수창고(7.47%), 음식료(7.37%) 등의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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