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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불법`인 사회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병ㆍ의원들의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현실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외국 의료인력의 유입과 자본투자 형식을 빌린 거대 영리병원의 등장과 민간 의료보험의 출현도 시기의 완급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료기술 육성정책은 해묵은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의료산업을 발전과 육성의 대상으로 여기기 보다는 통제와 채찍질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것은 불법`이라는 잣대로 개발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국내 유수 대학병원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적용한 비급여 부분을 사기죄로 몰아 수 십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것은 불법`이라는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항소심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각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가를 짐작케 하는 단적인 예다. 의료인들이 아무리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적용해도 당국에서 보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고 하면 보험을 인정 받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신기술은 미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사대주의적 등식이 성립된다. 환자들에게는 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치료법을 개발한 의료인은 돈만 알면서 불법진료를 일삼는 죄인처럼 취급한다. 여기에다 실사와 보험 삭감조치도 따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의료인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수한 치료기도 국내생산은 엄두도 못 내고 미국ㆍ독일ㆍ프랑스 등에서 생산, 오히려 역수입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경직된 시각에 박자라도 맞추듯 그것을 평가해야 할 일부 전문가 집단조차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에 대해 대부분 `검증 안된 치료법`으로 폄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 치료법이 대학병원에서 개발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병원에서 개발한 것인지, 연구자가 어느 의과대학을 나와 누구에게 지도를 받았으며 어느 학회에 소속된 인물인지, 새 기술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따진다. 의료시장 개방과 맞물려 제기되고 있는 주식회사형 영리병원의 도입논란도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만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방기(放棄)하다시피 하고 있는 국립병원의 정체성 회복여부에 문제가 있지 다른 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박상영<사회부 차장>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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