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길건(45)씨. 며칠 뒤 가게문을 닫는다. 길 건너 같은 가격에 두 마리의 치킨을 파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오픈하며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제위기 때마다 없는 사람만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제위기 이후 출구전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민층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위기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쥐어 짜지고 있는 기분”이라는 김씨의 말은 소득ㆍ자산 등 양극화로 서민층의 소외심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바이러스’가 올 들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아랫목만 데워졌을 뿐 윗목은 여전히 냉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절대빈곤율은 11.2%로 9년 만에 10%를 넘어섰다.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의 월소득이 중위소득(10분위 중 5분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매년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의 양극화.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뿐 아니라 고용의 양극화는 한국 사회를 구조적 모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버블세븐 지역에서만 급등세일 뿐 강북과 지방은 찬바람이다. 한강변 재건축 초고층 허용 등 규제완화로 일부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급등, 특정 계층의 자산가치만 올렸다. 노동시장에도 양극화가 극명하다.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차별은 물론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대ㆍ중소기업에 따라 나눠진다. 고용시장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잠재된 폭발요인이다. 산업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나 경쟁력은 위기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중소기업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곳이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소득 양극화 문제는 물론 교육 문제 등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태산”이라며 “감세가 아닌 증세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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