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10여년 전 노동시장 개혁(하르츠 개혁)에 성공한 덕분에 '수출'에 '내수'라는 날개까지 달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출이 구조적 부진에 직면해 올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독일 소비 회복의 5가지 배경과 시사점'을 보면 독일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은 0.1%(전 분기 대비)에 불과했지만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0.4%포인트에 이르렀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경제 전체가 100만큼 성장했는데 민간소비의 공이 400이나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4·4분기에도 0.7%의 경제성장에 민간소비 기여도는 0.4%포인트나 됐고 올 1·4분기 성장률(0.3%)은 오롯이 민간소비(기여도 0.3%포인트)에 의해 이뤄졌다. 최근 독일의 수출 텃밭이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휘청이며 수출이 소폭 부진하지만 그 공백을 민간소비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총 4번에 걸쳐 진행된 하르츠 개혁의 덕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르츠 개혁은 페터 하르츠 당시 노동개혁위원장의 이름을 딴 것으로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 틀에 박혔던 고용 유형 다변화 등이 뼈대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의 성공으로 여성, 고령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독일 고용률은 2005년 66%에서 올 1·4분기 74%로 급등했다.
조호정 연구위원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졌고 이는 민간소비 증가로 연결됐다"며 "기업 매출도 늘어나 다시 임금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독일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010년 2,366유로(298만원)에서 지난해 2,633유로(331만원)로 연평균 2.7% 증가했다. 이외에 경제력 대비 저평가된 유로화로 막대한 수출 실적을 올린 기업들이 이를 유보금으로 쌓아두기보다 근로자의 임금 인상으로 연결시킨 것도 독일 민간소비가 성장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적극적인 고용시장 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력을 높여 소비 여력을 갖춘 계층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통적 성장엔진인 수출이 삐꺽거리는 가운데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해 내수에서 새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신규 채용을 늘리고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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